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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모이지 맙시다"…문중 벌초도 대행 신청

송고시간2020-09-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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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자제 권고 뒤 나이 든 문중 어른도 동참

산림조합·농협에 벌초 의뢰 급증…대행료 8만원선

(청주=연합뉴스) 박종국 기자 = 이달 20일로 잡힌 벌초 참석을 고민하던 A(52)씨는 며칠 전 문중 총무의 휴대전화 문자를 받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추석 앞두고 봉분 벌초
추석 앞두고 봉분 벌초

[연합뉴스 자료 사진]

문중 회장단 회의 결과 올해 벌초를 위탁하기로 했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30여기의 묘소 벌초를 고향 어르신들에게만 맡기는 게 죄송하지만, 그렇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전국 각지의 친지들이 모이는 것도 찜찜하지 않느냐. 문중에서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반겼다.

A씨가 더 놀랐던 건 나이 많은 문중 회장단의 투표 결과였다.

1년에 한 번뿐인 벌초에 이유불문하고 참석할 것을 고집하던 문중 어르신 가운데 벌초 위탁을 반대한 사람은 단 1명이고 19명이 찬성했다.

A씨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모이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문중 어르신들이 선뜻 외부에 벌초를 맡기기로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방역당국이 올해 추석 귀성과 벌초를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가운데 벌초 대행이 급증하고 있다.

산림조합 중앙회 충북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도내 10곳의 회원조합의 벌초 대행 서비스 예약은 2천900여건에 달해 작년보다 45% 증가했다.

2018년 1천500건, 지난해 2천건으로 해마다 벌초 대행이 늘긴 했지만, 올해는 증가세가 확연하다.

한 산림조합 관계자는 "방역 당국의 벌초 대행 권고 이후 예약이 급증했다"며 "지역에 따라 인력이 부족해 정중히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역 농협 등의 벌초 대행도 급증하고 있다.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

[연합뉴스 자료 사진]

농협 충북지역본부가 집계한 지난 8일 기준 도내 32개 지역농협의 벌초 대행 예약 건수는 2천365건으로, 작년 한 해 2천163건보다 202건 많았다.

본격적인 벌초가 9월 중순 집중되고, 방역 당국의 벌초 대행 권고가 최근에 나온 점을 고려하면 올해 지역농협의 벌초 대행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충북지역 벌초비용은 1기당 기본 8만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다만 거리가 멀거나 산소가 험지에 있으면 웃돈이 붙는다.

농협 충북지역본부 농촌지원단 김향림 실장은 "가족모임마저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벌초 대행 요청이 크게 늘고 있다"며 "코로나119로 인해 벌초 문화도 변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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