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컷] 호프집은 되고 PC방은 안 되고…음식제한 형평성 논란

박성은 기자 기자 페이지

(서울=연합뉴스) "호프집이나 식당은 마스크를 벗고 서로 마주 보고 음식을 먹으니까 비말이 튀고 분산될 수 있잖아요. 하지만 PC방은 구조적으로 자리마다 칸막이가 있고 혼자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아 침이 튀기가 어려워요."

신촌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자리마다 띄어 앉게 하는 상황에서 음식 먹는 것까지 제한하는 건 업종 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지난 14일부터 2단계로 하향되면서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에서 정상 영업이 가능해졌습니다.

밤 9시 이후에 식당에서 취식이 가능하고 카페에서도 음식물 섭취가 허용됐죠.

각종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제한 완화에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세자릿수를 유지하고 전국적으로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고심도 깊었는데요.

2.5단계 조치 장기화에 폐업까지 생각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면서 방역과 경제를 고려한 결정을 내린거죠.

특히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업종 중 하나인 PC방은 14일 고위험시설에서 제외돼 영업을 재개하게 됐는데요.

하지만 PC방 업계는 "운영조건을 완화해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PC방에 미성년자 출입금지, 음식물 판매와 섭취 금지 등의 운영 조건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PC방특별대책위원회는 14일 서울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2주간 PC방의 주 수입원인 학생 손님과 음식물 판매를 불허하는 조건은 문은 열어두고 장사는 하지 말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PC방은 'ㄷ'로 둘러싸인 내부 칸막이로 자리가 구성됐고, 이야기하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데다가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죠.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방역 당국에 PC방 사업의 수익구조를 고려한 조치를 내려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하지만 강화된 방역수칙이 코로나19 재확산 억제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미성년자는 PC방을 거의 친구들끼리 가고 가면 엄청 떠들어 감염 위험이 있다", "음식을 먹으면 잔류시간이 길어지는데, 미성년자 출입과 음식 제한은 타당하다"고 주장했죠.

지난 3월 이문동 동안교회에서 휘경동 세븐PC방으로 이어진 동대문구 집단연쇄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앞서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을 계기로 중대본은 콜센터를 비롯해 PC방, 노래방 등 밀집된 공간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죠.

김정숙 보건복지부 생활방역 팀장은 "PC방을 처음에 고위험시설로 지정했던 이유는 등교 시점에 학생 감염과 가정 내 전파 위험을 막기 위해서였다"며 "PC방 업주분들 고통이 크다 보니 이번에 고위험시설을 풀었지만, 학생들 감염을 차단하는 방법은 결국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PC방은 PC 이용과 취식이라는 영업 형태가 결합됐지만, 음식점에서 음식을 팔지 말라는 건 영업을 하지 말라는 조치라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영업 재개에 돌입했지만 강화된 방역조치에 울상인 업주들.

하지만 코로나19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은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은 기자 최지항 / 내레이션 송지영

junepe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0/09/18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