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톡톡] 이번 추석은 떨어져 있기로 해요
송고시간2020-09-20 06:30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서운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서울 사는 아들한테 이번에는 내려오지 말라고 했어요."
경남 양산 북정동에 거주하는 70대 이모 씨는 "보고 싶어도 오지 않는 것이 효도"라며 "괜히 이동하다가 코로나 걸리면 어쩌냐"면서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곧 민족 고유 명절인 추석이지만 가족, 친지를 보러 고향 갈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도 잠시 예년과는 다른 상황에 만남을 주저하게 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됐지만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면서 가급적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권고했습니다.
특수한 상황에서 맞이하는 한가위는 특이한 장면들을 연출해내고 있습니다.
딱딱한 궁서체가 아닌 익살스러운 표현의 연휴 기간 고향 방문 자제 현수막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민족대이동을 막기 위해 각 지자체는 '조용한 추석 보내기 운동', '이동 멈춤 운동' 등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성묘하거나 온라인 성묘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봉안시설은 사전예약제로 시행되거나 아예 추석 기간에 운영을 중단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추석 승차권 예매를 위해 새벽부터 매표소 앞에 긴 줄을 서는 풍경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100% 비대면 예매로 진행됐으며 창가 측 좌석만 예약을 받아 거리두기를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법을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농·축·수산물에 한해 청탁금지법상 선물 상한액을 올 추석에 한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였습니다.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이 담긴 위생용품 선물세트, '언택트 선물하기' 등 흔치 않은 선물도 눈에 띕니다.
불청객 코로나19가 바꾼 추석 풍속도는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버텨내고 있습니다. 모든 게 새롭고 힘든 지금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아닙니다. 오늘도 버티고 내일도 버텨야겠죠.
만남이 주는 즐거움은 잠시 묻어두고 멀리서 마음을 전하는 건 어떨까요? 내년에는 가족, 친지와 풍성한 한가위를 맞이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hwayoung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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