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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정상회담 2년…움츠러든 김정은, 대화 닫고 '자력갱생' 집중

송고시간2020-09-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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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협력조차 외면한채 내치 집중…대남비난 멈췄지만 남북관계 여전히 난망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남북 정상이 끌어안는 모습으로 시작해 9·19 공동선언으로 마무리됐던 평양 정상회담이 2주년을 맞았다.

당시 흐르던 평화와 화합의 기운은 차갑게 식었고, 대북제재 완화 기대 속에 협력의 손을 내밀었던 북한은 문을 잠근 채 '자력갱생'에 매진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재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까지 3중고 속에서도 남측의 도움조차 외면하고 있어 남북관계 경색은 여전히 풀기 어려울 전망이다.

[평양정상회담] 역사적 평양의 첫 만남
[평양정상회담] 역사적 평양의 첫 만남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의 첫날인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마중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옹하는 장면이 이날 서울 중구 DDP 메인프레스센터에 중계되고 있다. 2018.9.18 zjin@yna.co.kr

북한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 빅 이벤트를 연달아 벌이며 남북 협력에 올인했으나 '하노이 노딜'로 남북관계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남측의 지원 속에서 남북관계를 앞세워 북미 협상을 풀어가려던 노력이 물거품이 돼버리자 남측 정부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완전히 접은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공개 비난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북한은 그동안 남북이 쌓은 협력과 소통의 상징마저 무너뜨렸다.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은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며 자체적인 관광개발을 지시했다.

특히 올해 6월에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남북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더니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대표적 성과물이었던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해버렸다.

이어 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하면서 남북간 긴장은 극적으로 해소됐지만, 이후 북한은 아예 남측을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는 듯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간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해오던 대남비난마저 거의 삼가고 있고, 지난달 기록적인 폭우에도 황강댐 수문을 통보 없이 개방하며 '불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로에 선 남북정상 (PG)
기로에 선 남북정상 (PG)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남측에 대한 '침묵'과 '무시' 행보 속에서 김정은 정권은 여전히 자력갱생을 외치며 내치에 올인하고 있다.

현재 김정은 정권은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최악의 수해 태풍 피해로 민생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집권 이후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다.

대북제재가 한층 북한을 옥죄는 가운데 연초부터 코로나19 사태로 북중 무역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올여름 장마와 잇단 태풍으로 북한 경제의 큰 축인 농업과 광공업이 모두 큰 타격을 입었다.

북한도 이례적으로 경제 미진을 공개 인정할 정도다.

4월 정치국 회의에서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들며 국가경제계획 목표를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지난달 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도 "혹독한 대내외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 드는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해 계획됐던 국가 경제의 장성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 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런 삼중고 속에서도 북한은 남측의 적극적인 지원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개적으로 외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국 회의에서 "큰물(홍수)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남측 정부는 북한의 수해 소식에 "인도적 협력은 정치·군사적 사안과 연계하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하겠다", "여건이 되면 검토해 실시하겠다"며 지원 의사를 피력한데 대해 분명한 거부 의사를 피력한 셈이다.

북한의 외부지원 불가 의사가 남측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지만, 이미 북한은 이달 러시아가 보낸 태풍 구호물자인 밀 2만5천t을 받은바 있다.

결국 하노이 노딜 이후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밝힌 자력갱생 노선과 남측 배제 기조를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도 굳건히 고수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들어 수차례 당 정치국 회의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등을 열고 민생 문제를 집중 논의하는가 하면 지난 한 달 반 사이에 다섯차례나 홍수와 태풍피해 현장을 방문하는 등 '민생 지도자'의 모습을 과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 협력 단절이라는 북한의 대남정책 기조는 내년 1월 예정된 당 제8차 대회를 통해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큰 전략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정부는 그간 '작은 협력' 등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북한은 남북협력에 대답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김 위원장이 내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년 8차 당대회는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초점이) 내치에서 외치로 전환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대청리 수해현장 찾아 현지 지도
김정은 대청리 수해현장 찾아 현지 지도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을 한 달 만에 다시 찾아 복구 상황을 현지지도 했다고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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