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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없을 때 나눔이 진심" 장애 딛고 10년째 무료급식

송고시간2020-09-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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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꿈 이뤄" 인천서 노인 무료급식소 운영하는 이형희씨

사비로 문 열고 발로 뛰며 후원 얻어…"보탬 되고 싶어"

인터뷰하는 이형희씨
인터뷰하는 이형희씨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에서 무료 급식소 '민들레홀씨 밥집'을 운영하는 이형희(63)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9.18
chamse@yna.co.kr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 간석역 입구 사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다닐 만한 비좁은 골목을 100m가량 걷자 '민들레홀씨 밥집'이라고 쓰인 작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형편이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일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무료급식소다.

주안동에서 나고 자란 이형희(63)씨가 2010년 9월 6일 처음 문을 연 뒤 어느덧 10년째를 맞았다.

선천성 소아마비 장애로 다리를 저는 이씨에게 무료급식소 운영은 평생의 꿈이자 소망이었다고 한다.

그는 19일 "태어날 때부터 아픈 몸 때문에 불편을 느끼는 과정에서 주위를 자꾸 더 돌아보게 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며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꼭 무료급식소를 열겠다는 생각을 키웠다"고 말했다.

50대 초반 나이에 무료급식소를 열겠다고 하자 가족과 지인 모두 이씨를 뜯어말렸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7년 넘게 분식집 장사를 하며 모은 사비 1천여만원으로 밥집을 열 만한 건물 1층 공간을 세내고 각종 집기와 배식 공간을 갖춘 급식소를 꾸몄다.

민들레홀씨밥집 전경
민들레홀씨밥집 전경

[이형희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씨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낙후된 구도심이어서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이 사신다는 점을 고려해 급식소 위치도 같은 주안동으로 정했다.

꿈에 그리던 급식소를 열었지만, 운영은 쉽지 않았다. 안정적인 급식을 하려면 사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이씨는 후원처를 구하기 위해 인근 농산물시장에 매주 출석 도장을 찍었다.

이씨는 "무작정 구월동농산물시장에 찾아가 야채를 좀 후원해달라고 하는데 누가 도와주겠느냐"며 "매주 주말마다 가서 인사드리고 6개월에서 1년 정도 되니 한 가게에서 야채를 급식에 쓰라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는 동안 주변에서도 '주제넘게 뭐 하느냐'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며 "3년쯤 돼서 자리가 좀 잡히니까 그제야 조금씩 인정을 해 줬다"고 웃었다.

운영이 안정화된 지금은 두부, 콩나물, 야채류, 쌀 등이 정기 후원으로 들어온다. 미추홀구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들도 매일 오전·오후반으로 나와 이씨와 함께 배식을 돕는다.

급식소 정리하는 이형희씨
급식소 정리하는 이형희씨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에서 무료 급식소 '민들레홀씨 밥집'을 운영하는 이형희(63)씨가 급식소를 정리하고 있다. 2020.09.18
chamse@yna.co.kr

평일 오전 9시부터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해 정오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급식하는데 하루에만 노인 100∼120명이 이곳을 찾는다. 평균 연령은 80대다.

급식소를 찾는 이들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이씨에게도 특별한 기억이 쌓여 간다고 했다.

이씨는 "어느 하루는 여자 세 분이 밖에서 들어오질 못하고 주춤주춤하기에 안으로 안내했다"며 "알고 보니 밥집에 늘 식사하러 오시던 할머니의 따님들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어머니가 몸이 아파 병상에 누워있다가 돌아가시면서 '밥집에 꼭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며 흰 봉투를 주셨다"며 "열어보니 곱게 접은 9만원이 들어 있는데 정말 그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3월 이후 7개월째 급식소 문을 열지 못하면서 이씨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문을 닫은 급식소 앞을 찾아와 서성이는 노인들도 종종 있었다.

민들레홀씨 밥집 전경.
민들레홀씨 밥집 전경.

촬영 최은지.

이씨는 "9월이면 열 수 있을까 하고 기다렸는데 상황을 봐서는 올해 아예 못 열 것 같아서 답답하다"며 "봉사자들이나 저나 늘 오시던 어르신들이 끼니를 어떻게 해결하고 계실지 걱정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무료급식소 운영을 바로 재개하겠다는 이씨는 "다들 돈이 생기면 베푼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아무것도 없을 때 나눈 것이 진심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걸 열심히 하는 게 용기"라고 강조했다.

이씨가 운영하는 민들레홀씨밥집은 인천시 미추홀구 경원대로 883번길 26에 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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