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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요양병원 생이별…"추석에도 얼굴 못 뵈나요"

송고시간2020-09-2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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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째 부모님 못 만난 자식들 명절 앞두고 가슴앓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비접촉 면회도 중단…영상통화로 위안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청주에 사는 회사원 이모(55)씨는 올해 추석을 맞이하는 마음이 유독 무겁다. 6개월 넘게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어머니를 이번 명절에도 만나 뵙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비접촉 면회'
'비접촉 면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중풍 걸린 팔순 노모를 올해 초 집 근처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지척의 어머니와 생이별이 시작됐다.

입원 후 주말이면 으레 병원을 찾아 어머니의 안위를 살피곤 하던 그는 지난 봄부터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휴대전화 영상으로 어머니를 만난다.

오랜 투병생활로 하루가 다르게 야위고 발음까지 어눌해진 영상 속 어머니는 언제나 표정 없는 얼굴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기 전인 8월 중순까지는 그래도 어렵사리 비접촉 면회가 가능했다. 그러나 당시도 두꺼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전화기로 안부를 묻는 정도여서 어머니의 손 한번 잡아보지 못했다.

추석이 다가올수록 그는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생이별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큰 불효를 저지른다는 자책에 시달린다.

이번 추석에도 그는 어머니를 만나 뵙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3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면회가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그는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싶어도 삽관한 상태여서 그러지 못 한다"며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분인데, 이러다가 영영 못 보게 되는 건 아닌지 애가 끓는다"고 하소연했다.

'면회 금지'
'면회 금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도내 41곳의 요양병원의 면회를 전면 금지했다.

그런데도 최근 요양병원의 환자 발생이 꼬리 물고 나와 시설·병원마다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진천의 한 요양병원은 지난 14일 50대 요양보호사가 확진된 이후 6명이 집단감염돼 코호트 격리됐다.

방역당국은 면역력 약한 환자들이 모여있는 요양병원 등은 언제든지 집단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취약시설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청주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면회를 금지한 것이어서 추석이라고 병원에서 달리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모든 환자 가족에게 영상통화를 하게 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면회 차단이 장기화하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보호자도 적지 않다.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신 강모(59)씨는 "병원 직원들은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보호자만 통제하는 건 이치에 안 맞는다"며 "방역수칙을 지키는 범위에서 비접촉 면회라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여야 제한적 면회 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요양시설 근무자는 다중이용시설이나 사적인 모임 참석을 자제하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굳게 닫힌 요양 병원'
'굳게 닫힌 요양 병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logo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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