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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섐보의 '괴짜 골프', 메이저 우승 거머쥔 '진짜 골프'로

송고시간2020-09-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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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길이·벌크업·패션 등으로 눈길…US오픈 우승 후 눈물도

US오픈 우승한 브라이슨 디섐보
US오픈 우승한 브라이슨 디섐보

(머매러넥 AP=연합뉴스)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머매러넥의 윙드풋 골프클럽(파70·7천459야드)에서 열린 제120회 US오픈 골프대회(총상금 1천250만달러)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디섐보는 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를 기록했다. daeuliii@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이전까지 내가 알던 US오픈 우승자와는 정반대여서…."

남자골프 메이저대회인 제120회 US오픈 골프대회가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의 우승으로 끝나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메이저 4승 기록을 보유한 매킬로이는 "그는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었다. 그 방식이 좋든 안 좋든, 내가 이 대회에서 봐왔던 플레이는 아니었다"고 디섐보의 첫 메이저 우승이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디섐보는 2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머매러넥의 윙드풋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를 기록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위 매슈 울프(미국·합계 이븐파 280타)를 6타 차로 크게 따돌렸다.

세계랭킹 9위인 디섐보는 실력도 있지만, 톡톡 튀는 개성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디섐보는 모든 아이언의 샤프트 길이를 7번 아이언과 똑같이 맞춰 '미친 과학자'로 불리고, 사냥 모자를 쓰고 대회에 나오는 독특한 패션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약 3개월 중단된 기간에는 단백질 가루로 식단을 조절해 몸을 헐크처럼 불려서 화제가 됐다.

US오픈 우승한 브라이슨 디섐보
US오픈 우승한 브라이슨 디섐보

[AP=연합뉴스]

디섐보는 이렇게 구축해온 자신만의 골프로 지난 7월 PGA 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통산 6승을 차지한 데 이어 US오픈에서 개인 첫 메이저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다.

이번 대회가 열린 윙드풋 골프클럽은 좁은 페어웨이와 깊은 러프 등으로 어렵기로 소문난 코스다. 올해 US오픈에서 디섐보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언더파에 실패했을 정도다.

디섐보는 근육에서 나오는 엄청난 비거리와 스윙 스피드로 돌파구를 찾았다. 이번 대회 디섐보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평균 325.6야드에 달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41%에 불과했지만, 64%의 높은 그린 적중률로 보완했다.

디섐보는 자신의 전략에 "100% 확신했다. 의심은 없었다"며 "모든 샷을 다른 모든 선수보다 더 반복적으로 칠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내가 6타 차로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디섐보의 골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선수들도 많아지고 있다.

해리스 잉글리스(미국)는 "예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경기였다"며 "존 댈리가 조금 바꿨던 골프를 타이거 우즈가 바꿨고, 디섐보가 다시 바꾸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정말 인상적"이라고 감탄했다.

디섐보
디섐보

[AP=연합뉴스]

신형 골프 기계 같은 이미지를 구축한 디섐보는 대회가 끝나고 뜨거운 눈물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코로나19 방역으로 갤러리 입장이 금지된 상황이어서 디섐보는 다소 쓸쓸하게 우승을 자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대형 스크린을 통해 그의 부모님이 등장하자 디섐보는 감격한 듯 말을 잇지 못하다가 눈물을 보였다.

디섐보는 화상으로 만난 부모님에게 "엄마, 아빠, 제가 해냈어요"라고 외쳤다.

골프닷컴에 따르면, 디섐보는 "스크린으로 부모님을 만난 것이 가장 멋진 순간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점심을 사 먹을 돈도 없이 학교에 가던 시절이 있었다. 집에서 만든 샌드위치 외에는 먹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부모님은 항상 나에게 최선을 다하셨고, 늘 내가 골프를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셨다"고 회상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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