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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김수로의 하소연…코로나로 취소돼도 대관료 다 내야?

송고시간2020-09-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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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공연장은 대관료 전액 환불…민간 공연장은 환불정책 까다로워

전전세로 '을' 입장인 공연장 많아…건물주-극장주-공연자 '상생 필요' 목소리

2017년 연극 공연 중인 김수로
2017년 연극 공연 중인 김수로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2월 14일 서울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배우 김수로가 연출 및 출연한 연극 '밑바닥에서'의 공연 일부가 시연되고 있다.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율립 인턴기자 = 국내 공연장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연이 취소돼도 대관료를 전액 다 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배우 출신인 김수로 더블케이 필름앤씨어터 대표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대관료 문제와 관련, "(공연이) 취소를 했을 때 10%의 계약금을 내지만 (대관료를) 100% 다 내게 돼 있다. 그럼 저희 같은 조그만 공연 제작사는 다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감염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불가피하게 공연이 취소됐는데도, 공연장들이 대관료를 그대로 다 받는다는 주장이었다.

온라인상에서는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상황으로 공연이 취소됐는데도 그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공연 기획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공정한 대관료 환불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담회 참석한 김수로
간담회 참석한 김수로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9월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김수로 씨(가운데) 등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공연예술 현장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9.20

◇ 국·공립 공연장은 100% 환불…민간 공연장은 환불 어려워

그렇다면 김수로 대표가 문제를 제기한 대관료 환불의 실상은 어떨까?

이 문제는 국·공립 공연장과 민간 공연장을 구분해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과 같은 국·공립 공연장들은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될 경우 대관료를 전액 환불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 대표가 문제 삼은 것은 민간 공연장이고 국·공립 공연장은 (미리 받은) 대관료를 전액 환불해주고 있다"며 "예술의전당의 경우 올해 공연 취소에 따른 손실이 10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제 세종문화회관 대관규정 9조는 '재해 기타 불가항력의 사유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는 납부한 사용료 중 사용하지 아니한 일수에 해당하는 사용료를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일반적인 경우 공연을 취소하면 공연일까지 남은 일수에 따라 환불되는 금액의 비율이 달라지는데, 코로나19와 같은 불가항력적 사유로 취소된 경우엔 미리 받은 대관료 중 공연하지 못한 날 만큼을 돌려준다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는 이 규정(대관규정 9조)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상위 감독기관인 서울시 문화정책과에서도 같은 취지의 지침이 내려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간 공연장의 경우 선납받은 대관료를 환불하는 방침에 있어 국·공립 공연장보다 훨씬 깐깐하다.

김수로 대표가 공연을 올린 적이 있는 서울의 한 민간 공연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221석 규모인 이 공연장 자체 대관규정에 따르면 대관 계약을 체결한 뒤 10일 이내에 대관료의 30%를 계약금으로 납부하도록 한다. 이후 대관료의 40%를 중도금으로, 나머지 30%는 공연일 60일 전까지 각각 납부해야 한다.

일단 납부된 대관료는 원칙적으로 환불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지만, 천재지변 기타 불가항력에 의해 대관 사용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엔 환불금액을 '조율'하도록 한다.

'천재지변 기타 불가항력'에 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공연장과 공연기획사의 조율 결과에 따라 대관료를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소극장 소독하러 왔습니다'
'소극장 소독하러 왔습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화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2020년 2월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드림시어터 소극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2020.2.6 hwayoung7@yna.co.kr

◇ 코로나 상황 배려하는 민간 공연장도 있어…'취소 대신 일정 연기' 사례도

물론 공연 취소 상황에서 대관료를 공연 주최측에 유리하게 처리하는 민간 공연장도 존재한다.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은 대관 계약 당시에 대관료의 20%만 계약금으로 받고, 공연 마지막 날 나머지 대관료를 받는다. 공연이 끝난 뒤에야 대관료를 완납받기 때문에 선납받은 대관료를 환불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 공연장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많은 소극장들이 공연 마지막 날 대관료를 완납받기 때문에 김수로 대표가 지적한 것과 같은 대관료 환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연 일정을 연기해주는 곳도 있다. 대형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은 공연일이 60일 미만 남은 상태에서 취소할 경우 대관료를 전액 위약금으로 징수하도록 약관에 규정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된 경우엔 공연 일정을 다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약관에 따라 공연 취소시 공연일까지 120일 이상 남았다면 계약금의 30%만 위약금으로 징수하고 60일 미만이면 대관료 100%로 징수한다"며 "다만 코로나19 특수상황을 고려해 (취소하는 대신) 공연일정을 최대한 연기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예술의전당 소극장 공연 중단
코로나19에 예술의전당 소극장 공연 중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희 기자 = 2020년 8월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소극장에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 조치에 따라 공연를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8.21 scape@yna.co.kr

◇건물주에 임대료 내는 소극장 상황도 열악…3자 고통분담 필요 목소리도

이번 논란은 공연장들의 열악한 수익 구조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시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특히 많은 대학로 소극장들이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내는 상황에서 공연 취소에 따른 손실을 공연장 측이 다 떠 안으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소극장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대학로 소재 소극장들의 월평균 임대료는 약 450만원이다. 하루 대관료가 30∼40만원 수준인 소극장들은 한 달에 10일 이상 대관이 돼야 그나마 임대료라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에 따른 공연계 비상 상황에서 공연 주최측과 공연장에 더해 건물주까지 동참하는 3자간의 고통분담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 관계자는 "대관료 환불을 놓고 공연장과 공연기획자가 갈등을 겪지만, 정작 건물주들은 코로나 시국에도 피해 없이 임대료를 받는 현실"이라며 "건물주에게 임대한 공연장을 다시 공연기획자에게 전전세 형식으로 공연장을 빌려주는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반복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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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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