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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생리 이상없는데 난임?…"난소 나이 체크해보세요"

송고시간2020-09-2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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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이상이면 자궁·난소 등 산부인과서 정기검진 필수

난소 기능 떨어지면 회복 어려워…AMH 검사, 난임치료의 나침반 역할

(서울=연합뉴스) 박찬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교수, 김길원 기자 = #. 2013년 결혼한 이모(37)씨는 이후 4년 동안 임신계획이 없었고, 생리 주기도 규칙적이어서 난임(難妊)은 남의 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임신 준비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난소 기능을 확인하는 '항뮬러관호르몬'(AMH, Anti-Mullerian Hormone) 검사를 한 결과, 수치가 1.1ng/㎖로 난소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은 40대에 근접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후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작하면서 3회에 걸쳐 자연배란을 시도했지만, 임신은 계속 실패했다. 난소 나이의 고령화로 난자 채취가 어려워진 이씨는 6개월 동안 저자극 배란유도법으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4차례 더 시행한 끝에 배아 2개를 얻을 수 있었다. 시험관아기 시술 중에는 자궁내막에서 용종이 발견돼 자궁경 수술로 용종을 제거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마지막 냉동배아 이식시술을 받아 임신에 성공했다. 약 3년 동안 총 7번의 시험관아기 시술 끝에 임신에 성공한 셈이다.

#. 강(30)모씨는 지난해 임신 준비를 위해 시행한 검사에서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다. 자궁근종은 자궁의 근육에 생기는 양성 종양으로, 자궁 근육층을 구성하는 자궁근육세포가 비정상으로 증식해 발생한다. 당시 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된 자궁근종의 직경은 8㎝였다. 강씨는 이후 복강경으로 근종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중 초음파검사로는 발견되지 않았던 자궁내막증이 골반 안에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나팔관, 복막 등의 부위에서 증식하는 것을 말한다. 이 질환은 생리통과 골반통 같은 증상이 생길 뿐만 아니라 임신을 어렵게 한다. 이에 의료진은 강씨에게 자궁근종 절제술과 함께 자궁내막증 전기소작술, 골반 내 유착 박리술을 함께 시행했다. 이후 합병증 없이 회복한 강씨는 올해 7월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해 내년 4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불임ㆍ난임 클리닉 (PG)
불임ㆍ난임 클리닉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난소는 여성의 대표적 생식기관으로 임신에 가장 중요한 배란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책임지는 기능도 한다. 하지만, 앞선 두 사례처럼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임신, 출산 계획이 없더라도 가임기 여성은 평소 난소 기능 검사를 통해 난소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 임신부 10명 중 3명은 35세 이상 고령…AMH 검사로 난소 나이 확인해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출생 통계를 보면, 국내 평균 출산 연령은 33.0세로 전년보다 0.2세 높아졌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비중도 31.8%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고령 임신이 증가하는 만큼 난임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여성의 나이가 35세를 넘기면 임신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44세 정도면 대체로 가임력이 소멸한다.

특히, 35세 이상 여성은 난자 수가 많고 정상적인 생리 주기를 보여도 나이 듦에 따른 노화 현상으로 난자의 염색체 이상이 늘어난다.

따라서 지금 당장 임신, 출산 계획이 없더라도 난소기능 검사로 난소 건강을 확인하고, 출산 계획을 세우는 것이 난임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다.

이 중에서도 난소 기능을 확인하는 AMH 검사는 난임 치료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검사를 하면 난임 치료에서 과배란을 유도할 때 난자를 몇 개나 채취할지, 좋은 배아가 몇 개나 나올지 또는 과배란을 중단할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생리를 규칙적으로 하는 20대도 실제 난소기능은 40대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젊은 나이라도 미리 난소 기능 검사를 통해 난소 기능 저하를 예방하고, 나이가 들수록 난소 기능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확인해보는 게 필요하다.

AMH 검사는 생리 주기와 상관없이 혈액을 이용해 언제든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난임 원인 규명 및 치료를 위해 실시한 경우 연 1회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돼 비용 부담도 줄었다.

자궁과 난소
자궁과 난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자궁근종·자궁선근증 초기증상 없을 수도…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받아야

나이가 많아지면서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자궁질환의 발생 빈도도 증가한다. 특히, 자궁에 생기는 양성종양인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은 여성 질환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자궁선근증은 자궁내막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자궁근육층에 침투해 자궁근육층의 성장이 비정상적으로 촉진되는 질환이다. 마치 임신했을 때처럼 자궁이 커지기 때문에 초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여성에게 40∼50%의 높은 비율로 나타나 유산과 불임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심할 경우 자궁 적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궁근종은 종양 위치에 따라 장막하근종, 점막하근종, 근층내근종으로 나뉜다. 자궁선근종과 마찬가지로 자궁근종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수정란이 착상해 자라는 자궁내막을 침범해 임신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초기 진단이 중요하다.

두 질환은 모두 원인은 불명확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폐경이 될 때까지 계속 진행하는 만큼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조기 진단과 치료에 신경 써야 한다.

무엇보다 산부인과에서 하는 초음파 검진은 여성 검진의 가장 기본이 된다. 가임기 여성이면서 향후 임신을 생각한다면 임의로 자가 진단하지 말고, 매년 1회 병원을 찾아 자궁과 난소의 건강을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박찬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교수 [분당차여성병원 제공]

박찬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교수 [분당차여성병원 제공]

◇ 박찬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를 거쳐 현재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난임, 시험관아기, 자궁경, 난소기능부전, 반복적착상 실패 등이 주 진료 분야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생식의학회, 가임력보존학회, ASRM(미국 생식의학회), ESHRE(유럽생식의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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