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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비시각장애인 안마사 예외없는 처벌은 부당"

송고시간2020-09-2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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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 안마사' 고용해 영업한 업주 무죄

서울중앙지방법원(CG)
서울중앙지방법원(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박형빈 기자 = 시각장애가 없는 사람이 안마사 일을 하면 안마의 종류와 방법을 불문하고 예외 없이 처벌하는 현행 규정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석 부장판사는 자격 없이 안마사 업무를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업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면서 시각 장애인이 아닌 무자격 안마사들을 고용해 요금을 받고 안마를 해주는 영업을 한 혐의로 작년 8월 벌금형에 약식 기소됐다.

의료법은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부여하고, 안마사 자격 없이 영리 목적으로 안마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안마사의 업무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인 '안마사에 관한 규칙'(이하 안마사 규칙)에 의해 정하는데, '안마·마사지·지압 등 각종 수기요법이나 전기기구의 사용, 그 밖의 자극요법으로 인체에 물리적 시술행위를 하는 것'으로 사실상 모든 안마를 포함한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취지로, 과거부터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으나 헌법재판소는 총 4차례의 재판에서 관련 법률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A씨가 약식명령에 불복해 청구한 정식 재판에서 법원은 헌재와 다른 판단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령인 안마사 규칙이 안마사의 업무 범위를 너무 넓게 해석해 비시각장애인은 아예 안마업을 하지 못하게 했고, 이는 비시각장애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무효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자격 안마사에게만 허용된 안마의 범위가 안마 부위·강도·소요 시간, 안마 장소·목적·효과, 이용된 도구, 위험성 유무를 불문하고 모든 안마를 포괄해 시각장애인이 아닌 비(非) 안마사에게는 아무리 사소한 형태의 안마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규정은 가벼운 안마 행위마저 무자격 안마로 처벌함으로써 의료법의 위임 목적과 취지에 반하고, 처벌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돼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안마나 마사지 시장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그에 종사하는 사람이 최소 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데 반해 자격 안마사는 1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 입장에서도 다양한 안마를 필요와 기호에 따라 선택해 즐길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마사 규칙은 비시각장애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고, 나아가 국민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마저 침해해 무효"라며 "유무죄 판단의 근거 법령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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