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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여수 금오도 사건' 살인혐의 무죄 확정(종합)

송고시간2020-09-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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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형 선고한 2심 확정…"고의 범행 아닐 수 있어"

여수 금오도
여수 금오도

[여수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보험금을 노리고 자동차 추락사고로 아내를 숨지게 했다는 '금오도 사건' 재판에서 대법원이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확정했다.

이로써 남편은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부인을 숨지게 한 책임만 인정돼 금고 3년의 처벌을 받게 됐다.

대법 '여수 금오도 사건' 살인혐의 무죄 확정(종합) - 2

◇ 차 변속기 중립에 두고 하차…아내 탄 차 바다로 추락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살인·자동차매몰 혐의로 기소된 A(52)씨의 상고심에서 살인 혐의는 무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금고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지만, 피해자 사망이 A씨의 고의적 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A씨는 2018년 12월 31일 오후 10시께 전남 여수시 금오도 한 선착장에서 아내 B(사망 당시 47)씨를 제네시스 승용차와 함께 바다에 추락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아내와 선착장에서 머물던 A씨는 후진하다가 추락 방지용 난간을 들이받고 차 상태를 확인한다며 혼자 운전석에서 내렸다. A씨는 차량 변속기를 중립(N)에 위치한 상태로 하차했고 경사로에 있던 차량은 아내를 태운 상태로 그대로 바다에 빠졌다.

A씨는 난간을 들이받아 당황한 상태에서 실수로 차량 변속기를 중립에 두고 하차했다고 주장했다.

◇ 1심 무기징역→2심 금고 3년 뒤집혀

검찰은 A씨가 일부러 변속기를 중립에 넣고 차에서 내린 뒤 차를 밀어 바다에 빠뜨렸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가 하차하기 전 차에서 냄새가 난다며 뒷좌석 창문을 7cm 열어둔 점도 검사는 '승용차를 빨리 가라앉게 할 의도'라고 의심했다.

실제로 B씨가 차 안에서 119로 신고를 한 시점부터 4분도 채 되지 않아 차 안에 물이 가득차면서 B씨와 119와의 통화는 중단됐다.

사고 직전 B씨 명의로 수령금 17억원 상당의 보험 6건이 가입된 점, 혼인신고 이후에는 보험금 수익자 명의가 A씨로 변경된 점도 살인 혐의의 근거가 됐다.

1심은 이런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고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뒤집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만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금고는 교도소에 감금은 하지만 노역을 하지 않는 형벌로 양심수나 과실범에게 주로 선고된다.

재판부는 A씨가 차를 밀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 검증 결과를 토대로 박씨가 차를 밀지 않더라도 차량 내부의 움직임 등으로 차가 굴러갈 수 있다고 봤다. A씨가 차에서 내린 뒤 B씨의 움직임만으로 차가 스스로 움직였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사고 직전 B씨가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사망 보험금을 높인 새 보험에 다수 가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살인의 직접적인 동기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보면 수익자를 A씨로 변경한 것도 B씨가 요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보험금청구서
보험금청구서

[연합뉴스TV 제공]

◇ "보험금 높였다고 살인 의도 단정 어려워"

검찰은 A씨가 사전에 현장을 답사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씨가 차를 주차한 곳이 인근 마을에 설치된 CCTV의 촬영 반경이라는 점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범행을 위해 사전답사까지 했다면 A씨가 최소한 CCTV의 존재는 파악해야 했는데 이런 정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CCTV는 회전이 가능해 촬영 반경이 넓었지만 사건이 발생한 바닷가가 아닌 마을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 당시 사고 상황은 카메라에 담기지 못했다.

부인의 탈출을 막을 의도가 있었다면 차량 문도 잠갔어야 하는데 사고 당시 문이 잠긴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도 살인 혐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A씨가 1억2천500만원 상당의 채무 등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2017년 개인회생 결정을 받아 매달 30만원을 납부해왔고 소득도 일정해 살인 모의를 할만큼 경제적으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고의적 범행으로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고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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