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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명장 열전] ⑫ 손톱보다 작은 치아 보철물 제작 대가 이도찬 대표

송고시간2020-09-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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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 속 악착같이 기술 배워…40년 경력 최고 기술자 반열 올라

4차산업혁명 맞아 융합기술 필요…"젊은 치기공사들과 미래 변화에 적극 대응"

이도찬 대표
이도찬 대표

[촬영 조정호]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우리나라 선조들은 오복 중에 하나를 치아 건강이라고 했다.

치아가 시리고 아프고 빠지면 치과에서 치료를 받는데 손상이 심하면 임플란트와 틀니 등 보철물로 대체하는 시술을 받게 된다.

치과 보철물은 치아를 깎아서 덮어씌우는 고정성 보철물과 완전 틀니, 부분 틀니,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가철성 보철물, 실제 치아처럼 보이는 심미 보철물, 치아교정 보철물 등으로 구분한다.

보철이나 틀니를 제작하는 곳을 치과기공소, 가공하는 사람을 치과 기공사라고 한다.

보철물을 환자 개인에게 꼭 맞게 제작해야 시술 후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제작과정이 중요하다.

치과 보철물
치과 보철물

[원치과기공 제공]

이도찬(64)씨는 치과 보철물을 제작하는 치과 기공사로 40년 경력을 지닌 숙련기술자다.

지금은 직원인 치과기공사 50여 명과 함께 일하는 '원치과기공' 대표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치과 산업을 개척하는 인물이 됐다.

부산 연제구에 있는 원치과기공에서 이 대표를 만나 손톱보다 작은 치과 보철물을 제작하는 치과기공사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이 대표와 함께 먼저 찾아간 곳은 CAD/CAM 센터.

3차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임플란트와 틀니 등 치과 보철물을 자동으로 생산하는 곳이다.

CAD/CAM 센터
CAD/CAM 센터

[촬영 조정호]

창문 너머 보이는 작업실에서 치과기공사가 컴퓨터로 디자인한 보철물이 CAD/CAM 센터에 있는 프린터처럼 생긴 자동화 기계에 의해 착착 만들어지고 있었다.

작업실에는 20∼30대 청년과 경력 40∼50년에 이르는 원로급 기술자를 포함해 치과기공사 20∼30여 명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보철물 제작에 몰입했다.

컴퓨터 앞에서 임플란트 치아 디자인을 하는 직원, 임플란트를 다듬는 직원, 치아처럼 보이는 심미 보철물을 마무리하는 직원 등이 눈에 들어왔다.

작업실이라고 하지만 일반 사무직 사무실처럼 평온한 분위기에서 정밀가공 작업이 이뤄졌다.

원치과기공 작업실
원치과기공 작업실

[촬영 조정호]

이 대표는 "치과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보철물을 디지털 스캔 방식으로 측정해 우리 회사로 넘겨주면 치기공사가 환자에게 맞는 보철물로 디자인하고 자동화 기계로 제작해 다듬으면 제품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작업량의 70∼80%는 디지털로 이뤄진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치과에서 보철물 주문을 받으면 금속을 녹이고 손으로 직접 다듬는 수공업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거의 디지털로 전환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 주조실에는 금속을 녹이는 설비들이 있었지만, 수공업으로 작업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전에 잠시 주조실에서 수공 작업을 하고 대부분은 비어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도찬 대표
이도찬 대표

[촬영 조정호]

경남 사천 출신인 이 대표는 의료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고 대구보건대 치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치기공사 면허증을 획득했다.

군에서 의무병(치과)으로 복무하고 1981년 치과 기공 회사에 들어갔다.

그 시절 치기공사로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퇴근도 없고 출근도 없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말 그대로 밤낮없이 일하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최고의 기술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치과 보철물 가공에 혼을 담아 열정을 쏟았다.

치아처럼 보이는 심미(미용) 보철물을 제작하는 기술은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치과에서는 이를 포세린이라고 한다. 이는 사람마다 다른 치아 색상을 마치 본인 치아처럼 만드는 것으로 숙련된 장인 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도자기에 유약을 발라 굽는 기술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치과 보철물 제작과정에서 작은 실수는 곧 실패로 연결된다.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정교한 손기술이 필요하다.

그의 손길을 거치면 환자에 알맞은 치아 형태로 변한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치과기공소 창업을 한 이후 보철물 기술력이 뛰어난 독일과 일본을 무작정 찾아가서 선진 기술을 익혔다.

2000년 국내 최초로 치과기공소 법인(원치과기공)을 설립했다.

부산가톨릭대에 들어가 치과 기공 분야를 더 공부했고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디지털 치과 보철물 디자인
디지털 치과 보철물 디자인

[촬영 조정호]

이 대표는 치과 영역에서 디지털화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2005년에 국내 최초 덴탈 CAD CAM 시스템을 도입했고 2012년에는 CAD/CAM 센터와 디지털 주문관리 시스템(중소기업청 연구개발사업)을 구축했다.

회사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산대, 인제대, 부산가톨릭대 등과 산학협약을 체결했고 일본, 중국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

원치과기공은 첨단 정밀 장비를 비롯해 전국 최고 규모 시설을 구축했다.

신기술 연구 개발을 위한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제조 허가를 받는 등 미래 치과 기공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완전 자동화를 갖춘 3D 센터를 만들어 정밀성을 높인 제품을 선보이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치과 산업 클러스터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치과 기공사 교육
치과 기공사 교육

[원치과기공 제공]

이 대표는 경력을 갖춘 기술자들에게 선진 치과 기공 분야 기술을 전파하는 세미나와 교육을 마련하는 등 지금까지 쌓아온 치과 기공 기술 전파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환자의 조건에 맞는 치과 보철물이 구강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치과기공사의 전문 기술이 중요하다"며 "특히 작업공정이 100% 디지털화 되어도 숙련된 경험 있는 치과기공사의 역량이 묻어 나와야 최고의 디지털 보철물이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올해는 회사 설립 20주년이다. 여기까지 온 것은 그동안 묵묵히 일해 준 임직원과 치과기공사 동료들이 버팀목이 돼 줬기 때문이다"며 회사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급속히 성장한 치과 산업도 이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융합산업으로 변하고 있다"며 "젊은 치과기공사들과 함께 하며 도전하며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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