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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 속에 죽은딸 사진이…" 아버지 눈물에 발벗고 나선 경찰

송고시간2020-10-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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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한 휴대전화 찾았더니 사진 삭제돼…디지털 포렌식 통해 복구

광주 남부경찰서
광주 남부경찰서

[연합뉴스TV 캡처]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도난당한 휴대전화를 찾아 돌려주는 경찰관에게 A(64)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연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A씨에게 이 휴대전화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병마와 싸우다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버린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이 이 휴대전화에 담겨있었다.

사무치는 그리움이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올 때면 A씨는 휴대전화에서 딸의 사진을 보며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

정보기술(IT) 기기 다루는 것이 서툴러 사진을 다른 저장 장치에 옮겨놓지 못한 A씨는 이 휴대전화가 딸을 추억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애지중지 가지고 다니던 휴대전화는 지난달 27일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A씨가 광주 남구 봉선동 한 아파트에서 인테리어 작업을 하기 위해 잠깐 아파트 난간에 놓아둔 것이 화근이었다.

발을 동동거리며 주변을 여러 번 찾아봤지만, 휴대전화를 찾을 순 없었다.

A씨는 절망에 빠져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건을 맡은 광주 남부경찰서 강력3팀은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반드시 휴대전화를 찾아주기로 다짐했다.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수사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하필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장소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없었던데다 목격자도 없어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변을 탐문한 끝에 겨우 용의자의 모습이 까만 점으로 보일 만큼 먼 곳에 있는 CCTV를 찾아냈다.

이것을 단서로 끈질긴 추적을 벌인 경찰은 수사 착수 9일 만에 절도 피의자 B(96)씨를 주거지에서 붙잡았다.

다행히 B씨는 A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휴대전화는 이미 초기화돼 보관돼 있던 사진까지 모두 지워진 상태였다.

딸의 사진을 되찾을 수 없다면 한낱 기계 덩어리에 불과한 이 휴대전화를 앞에 두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경찰은 A씨를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

증거인멸 등 삭제한 데이터를 복구하는 디지털 포렌식을 사용해 삭제된 딸의 사진을 복구해주기로 한 것이었다.

다행히 휴대전화는 별다른 문제 없이 복구됐다.

경찰은 복구된 휴대전화를 A씨에게 돌려주면서 또다시 분실·도난됐을 때를 고려해 별도의 USB에 사진을 복사해 A씨에게 함께 전달했다.

경찰은 또 A씨의 휴대전화를 훔친 B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언제나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찰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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