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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해대책 10년]①올해 기록적 장마 속 서울 인명피해 '0'

송고시간2020-09-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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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풍수해 재산피해 전국 1조원 넘어…서울 2억7천660만원

취약지역 방재시설 전면 재정비…"2022년 물난리 벗어날 것"

폭우로 출입 통제된 청계천 [연합뉴스 자료사진]
폭우로 출입 통제된 청계천 [연합뉴스 자료사진]

※ 편집자주 = 올여름 우리나라에는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54일에 이르는 기록적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집중호우도 잇따랐습니다. 전국적으로 상당한 인명·재산 피해를 낳았지만, 최근 10년간 집중적인 풍수해 방지투자를 해온 서울은 비교적 피해가 크지 않았습니다. 지역별로 지리적·재정적 여건이 크게 다르기는 하지만, 집중 투자를 통한 시설보강이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연합뉴스는 서울의 풍수해 방지 노력을 짚어 보고 현행 모니터링시스템을 소개하는 기사 2꼭지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올여름 서울은 기록적인 장마와 뒤이어 찾아온 태풍에도 피해가 크지 않았다. 비슷한 강도의 집중호우에 시내 곳곳이 물바다가 되곤 하던 과거 서울의 여름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는 2010∼2011년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막대한 인명·재산피해를 겪은 뒤 10년 가까이 치밀하게 공들여온 치수대책의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서울시는 분석했다.

시는 풍수해 방지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고, 도시 물순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다음 단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 주택침수 피해 10년 만에 1만8천건→150건으로 급감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여름 풍수해로 인한 서울지역 인명피해는 '0명'으로 집계됐다.

8월 1일 도림천에서 발견된 80대 남성이 숨진 사례가 있었으나 경찰 조사 결과 '실족'으로 판명됐고, 8월 11일 오후 불광천에서 7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으나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피해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올여름 풍수해 시설물 피해는 315건이었고, 이 가운데 주택 침수는 150건, 주택 파손은 14건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달 1∼16일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42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시설 피해는 5만건가량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주택 피해만 8천985건에 달했다.

또 역대 최장기간 장마로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풍수해 재산피해 규모가 1조원을 넘었으나, 서울의 피해 액수는 2억7천66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5년 차수판 설치 훈련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년 차수판 설치 훈련 [연합뉴스 자료사진]

집중호우가 서울만 피해간 것은 결코 아니다. 올해 중부지방 장마는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자그마치 54일간 지속했다.

올해 장마 기간 서울 강수량은 총 951.6㎜로, 평년 중부지역 강수량 366.4㎜의 2.6배에 달했다. 도봉구는 하루 최대 142.5㎜, 관악구는 1시간 최대 58㎜의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남역이 8월 1일 침수됐지만,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는 비슷한 강도의 호우에 빗물이 들어차는 일이 시내 곳곳에서 벌어졌다.

2010년에는 1만8천664세대, 그 이듬해에는 1만4천848세대가 침수됐다. 특히 당시 금천구 시흥사거리 일대에서는 시간당 59㎜의 호우에 539세대가 물에 잠겼다.

구로구 오류동역, 중구 을지로입구, 신촌 현대백화점 인근 등 시내 곳곳에서 시간당 50㎜가 채 안 되는 비에도 물난리가 났다.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서울 한복판 광화문 일대도 2010년 추석 연휴와 2011년 7월 말 잇따라 침수돼 도시 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 시간당 최대 66㎜의 호우를 견디지 못한 결과였다.

2010년 침수된 광화문 일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0년 침수된 광화문 일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 30년 빈도 폭우도 견뎌…10년간 4조5천억원 투입

서울시는 2010∼2011년 수해를 겪은 뒤 30년에 한 번꼴로 찾아오는 시간당 95㎜ 강도의 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방재시설을 전면 재정비하기로 했다.

10년간 4조5천억원가량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기후변화로 호우 강도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고려했다.

서울의 기존 풍수해 방재시설 성능은 지역에 따라 달랐으나, 대체로 5∼10년 빈도인 시간당 40∼60㎜의 호우도 버티지 못하는 수준인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는 우선 빗물펌프장 44곳을 신설하거나 처리용량을 대폭 늘렸다. 빗물펌프장은 하천 수위가 높아져 지반이 낮은 곳으로 역류한 빗물을 퍼내 다시 하천으로 방류하는 역할을 한다.

저지대에 스며드는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빗물저류조도 15곳 신설했다. 서울대 정문 앞에는 2011년 침수피해를 일으킨 도림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4만t 규모의 대형 저류공간이 들어섰다. 전체 저류용량은 2011년 9만6천582t에서 현재 31만3천130t으로 3배 이상 늘었다.

2015년 강남역 침수대비 시범훈련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년 강남역 침수대비 시범훈련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기(雨期) 전 빗물이 빠져나가도록 낡은 하수관로 562㎞를 정비하고, 6개 하천 6.5㎞ 단면을 확장하는 등 시내 곳곳에 빗물길을 텄다. 인근 우면산과 관악산 빗물이 몰려드는 사당역에는 원격조종이 가능한 '자동 도로 물막이판'이 설치됐다.

특히 침수에 취약한 지역 34곳은 지형과 빗물 흐름, 과거 피해 사례를 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한 뒤 필요한 시설을 구축하는 맞춤형 전략을 폈다.

올해 강서구청 사거리 등 2곳, 내년에 길동 일대, 2022년에 강남역·광화문 일대 등 4곳이 마무리되면 7만8천여 가구가 물난리 걱정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한유석 서울시 하천관리과장은 "저지대 8만여 가구에 물막이판 등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고 돌봄공무원을 배치한 것도 침수피해를 줄이는 데 주효했다"며 "광화문 등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지역도 현재 시간당 70㎜ 정도의 호우에 견딜 만큼 정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신월 빗물저류 배수시설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월 빗물저류 배수시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형 물순환 도시' 패러다임 전환

기후변화로 여름철 집중호우가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현재의 왜곡된 물순환 구조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넘치는 빗물을 막고 퍼내는 방식의 수해방지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초고속 도시화 과정을 겪은 서울은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 비율이 1962년 7.8%에서 2015년 48.9%로 급증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시가지의 경우 불투수율이 86%에 달한다.

반면 증발량은 같은 기간 43%에서 25%로 줄었다. 이 때문에 갈 곳을 잃은 빗물이 지표면을 따라 저지대로 쏠리면서 침수피해가 커지고 있다.

서울연구원은 2018년 보고서에서 "서울시 물순환정책은 빗물 유출량 저감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써 빗물관리시설 설치에 치중해왔다"며 "침투량 및 증발산량을 증가시키고 도시 생태성을 회복시키는 물순환 기능은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청 빗물 벽천분수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시청 빗물 벽천분수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시는 2050년까지 연간 강수량의 40%에 해당하는 약 3억5천300만t의 빗물을 저류·침투 방식으로 관리해 표면 유출량을 줄이고 건강한 물순환을 회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해방지 대책도 이 같은 '서울형 물순환 도시' 계획에 따라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이다.

서울시는 AI(인공지능)와 드론 등 최신기술을 활용해 도시 열환경과 물순환 구조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기후환경에 대비해 강우·온도·습도·풍향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집중호우 예측도 가능해지리라고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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