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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오지 마을에 무인 편의점이 있어?

송고시간2020-09-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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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 리수이
중국 저장성 리수이

‘산소도시’로 선정된 중국 저장성 리수이. [최종명 제공]

2016년부터 중국기상복무협회는 '천연 산소 카페'를 선정한다. 중국어로 '텐란양바'다. 공기오염 척도인 대기품질지수(AQI; Air Quality Index)가 연평균 100 이하인 지역이다.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오존,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의 공기 중 함유량을 측정한다. 지수가 낮을수록 청정 지역이다. 지금까지 115곳이 선정됐는데, 도시와 많이 떨어진 현 단위가 대부분이다.

2019년 12월 전국 최초로 도시 전체를 '천연산소도시'로 지정했다. 저장성 서남부에 위치한 '리수이'다. 상하이에서 400km 떨어져 있으며 고속철로 약 3시간 걸린다. 인구 270만 명의 리수이 면적은 1만7천275㎢로 서울의 약 30배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어 '강남 최후의 비경'이라 불린다.

2019년 10월 리수이 일대를 답사 중이었다. 지인이 오지 마을 차위엔촌을 추천했다. 산촌을 힐링마을로 탈바꿈했다는 사실이 흥미를 끌었다. 미국 화교로 꽤 이름이 알려진 커웨이가 설계한 마을이라 호기심도 생겼다.

중국의 무인 편의점
중국의 무인 편의점

‘산소도시’로 선정된 중국 저장성 리수이 차위엔촌의 무인 편의점. 인구 14억 명이 넘고 고용을 중시하는 중국에서 ‘무인’ 사업이 성장하고 있다. [최종명 제공]

대중교통이 연결되지 않으며 회원제로 운영된다. 차량이 한 대 왔다. 2시간이나 산길을 따라 달렸다. 깊이 들어갈수록 운무가 가득한 절경이 펼쳐진다. 마을로 들어서니 연못에 '기산협은' 팻말이 보인다.

뒷산인 기산을 따라 오르는 운무가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름처럼 협객이 은닉하기 딱 좋은 공간이다. 꽃이 만발하게 조경을 꾸며 더욱 산뜻하다. 방으로 들어서니 5성급 호텔 수준에 버금간다.

키 높이만큼 커다란 유리창으로 풍광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을 마신다. 직접 생산한 차다. 차 외에 손님을 위한 요리 재료도 자급자족이다. 자체 상표로 차와 버섯, 술도 만든다. 현지인과 '여민동락'을 추구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현지인을 직원으로 채용해 상부상조다.

골목을 따라 마을을 둘러본다. 민간신앙인 토지묘와 관음묘, 선인동은 옛 모습 그대로 남겼다. 차밭, 약초단지, 과수원, 농사 작업실과 체험 장소도 있다. 연무장은 '협객'을 위한 무술 연습장이다.

무인 편의점을 발견했다. '산골 오지에 설마' 했는데 진짜다. 바코드를 찍으니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아담한 공간에 생활필수품이 골고루 진열돼 있다. 과자 한 봉지를 샀다. 계산대에 올리니 가격이 안내되고, 위챗(Wechat)으로 삽시간에 결제된다. 문이 찰칵하고 열린다.

중국 오지의 고품격 숙박 시설
중국 오지의 고품격 숙박 시설

‘산소도시’로 선정된 중국 저장성 리수이 차위엔촌의 고품격 숙박 시설. [최종명 제공]

2017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이 무인 편의점 붐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 신소매업 백서'에 따르면 2017년 시장 규모가 6조6천억 원이라고 보고됐다. 2020년에 이르면 281.3% 성장하리라 예측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중국 매체는 '펑커우'라고 한다. 그냥 바람구멍이 아니라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멍이다. 인구 14억이 넘고 고용을 중시하는 중국에서 '무인' 사업이 성장하고 있다.

기산협은은 모 부동산그룹의 힐링 프로젝트 중 하나다. 쉽게 접근하기 힘든 자연 속에서 힐링을 추구한다. 윈난성 차마고도의 옛 마을 수허고진, 네이멍구 후룬베이얼 초원에도 진출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국, 관광지마다 가성비가 좋고 품격 있는 숙박시설이 많이 생기는 추세다. '제주도 푸른 밤'만큼 좋은 펜션 기분을 내며 절반 가격에 놀랄 때가 많다. '산소도시'도 재미있고, 오지의 고품격 숙박시설도 당황스럽다. 무엇보다 무인 편의점은 인상이 강렬했다.

최종명
최종명

'13억 인과의 대화''민, 란'저자 | 중국 현장 취재 16년, 여행기(7권) 집필 중 | '인문학 중국 발품' 강의 및 중국 문화여행 동행 | www.youy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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