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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란 잘란] 코로나 속에 빛난 한-인니 '예술 릴레이 실험'

송고시간2020-09-2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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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 ODA사업 '메이드인 찌르본' 인도네시아서 주목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한국과 인도네시아, 미술·과학·자연까지 다양한 주제를 융합한 독특한 실험에 코로나 상황까지 복합됐는데 성공을 거뒀네요"

한국 정부 문화 ODA 사업 '메이드인 찌르본' 참여한 인도네시아 학생들
한국 정부 문화 ODA 사업 '메이드인 찌르본' 참여한 인도네시아 학생들

[아르코랩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북부 항구도시 찌르본(Cirebon)에서 7∼9월 석 달 간 '메이드인 찌르본' 프로젝트를 주관한 아르코랩스 전정옥 대표는 25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자카르타-찌르본에서 예술가들과 찌르본 공립1중학교 학생 등 100여명이 온라인 공간에 모여 프로젝트 결과물을 발표하고 소감을 나눴다.

찌르본 학생들은 직접 만든 수력발전기에 전통문자를 가미한 작품, 글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핸드메이드 가면, 전통악기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을 차례로 선보이며 "생전 처음 해보는 활동인데 재밌었다", "신선한 경험이었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은 손수 만든 가면을 쓰고, 찌르본 전통음악에 맞춰 춤도 추며 발표회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메이드인 찌르본' 프로젝트 화상 발표회에서 손뼉 치는 전정옥 대표(왼쪽 위)
'메이드인 찌르본' 프로젝트 화상 발표회에서 손뼉 치는 전정옥 대표(왼쪽 위)

[자카르타=연합뉴스]

메이드인 찌르본 프로젝트는 우리 정부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한 두 번째 ODA(공적원조) 문화 콘텐츠사업이다.

전 대표는 "ODA 사업이라고 하면 인프라를 지어주고 컴퓨터를 가져다주는 정도를 생각하는데, 이번 사업은 한국이 그동안 개발해놓은 문화교육 콘텐츠를 공유하는 형식이었다"며 "인도네시아 예술가와 학생들에게 '생각의 한계'를 깨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유명 예술가 3인이 찌르본의 지역 예술가 10명에게 온라인으로 일주일 동안 독특한 작품 기법을 전수하고, 찌르본 예술가들이 공립1중학교에서 닷새 동안 매일 20명씩 총 100명의 학생에게 다시 전수하는 '릴레이 교육'으로 진행됐다.

한국 설치작가 부지현이 찌르본 예술가들에게 수력발전기 작품 기법을 온라인수업
한국 설치작가 부지현이 찌르본 예술가들에게 수력발전기 작품 기법을 온라인수업

[아르코랩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의 설치작가 부지현은 수력발전기 예술작품 만드는 법을, 인도네시아 작가 프란시스카 레트노는 찌르본 전통 루웨(Luwes) 마스크 댄스를, 알피 작켈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만드는 법을 찌르본의 시나우(Sinau) 소속 예술가 10명에게 가르쳤다.

시나우는 찌르본에서 활동하는 지역 예술가들의 모임이다.

전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는 융합예술을 통해 '아, 이렇게도 작품을 만들 수 있구나'는 생각이 들도록, 예술과 창의의 한계를 허무는 데 목적을 뒀다"며 "처음에는 현지인들이 개념 자체를 이해 못 해 샘플을 보여달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진짜 즐겁게 참여했다"고 말했다.

'메이드인 찌르본' 프로젝트 참여한 인도네시아 찌르본 중학생들
'메이드인 찌르본' 프로젝트 참여한 인도네시아 찌르본 중학생들

[아르코랩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찌르본의 시나우 소속 예술가들은 오전에는 온라인으로 3명의 유명 작가에게 작품 만드는 기법을 배우고, 오후에는 해당 기법으로 직접 작품을 만들면서 인도네시아, 찌르본의 전통문화를 가미했다.

이들로부터 특강을 받은 중학생들도 찌르본의 전통 문양·글자·리듬, 인도네시아 전통 그림자 인형극(와양)을 복합적으로 섞어 수력발전기와 마스크 댄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찌르본 예술가·학생들은 "그림만 그리고, 곡만 연주하고, 춤만 추는 게 아니라 이렇게 다 섞어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신이 난 표정을 지었다.

25일 화상 발표회에서 수력발전기 응용 작품 설명하는 찌르본 중학생들
25일 화상 발표회에서 수력발전기 응용 작품 설명하는 찌르본 중학생들

[자카르타=연합뉴스]

전 대표는 "처음에는 모든 과정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도록 준비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계속되면서 대면접촉을 최소화하고 온·오프라인 융합 교육으로 바꿨다"며 "이렇게 3년 정도 반복해서 교육하면 현지인들이 스스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자카르타포스트 등 다수의 현지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2011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한 전 대표는 자카르타시립대 미술교육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아르코랩스를 통해 인도네시아 지역작가들을 소개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메이드인 찌르본' 프로젝트에서 가면을 만든 인도네시아 찌르본 중학생들
'메이드인 찌르본' 프로젝트에서 가면을 만든 인도네시아 찌르본 중학생들

[아르코랩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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