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는 많은데 거포가 없는 부산'…'김무성 등판론' 고개
송고시간2020-09-27 07:00
'킹메이커' 행보 본인 손사래에도 보선 투입론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보수 야권에서 김무성 전 의원을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부산에는 여당 소속 전임 시장의 성추문 여파로 '국민의힘 후보는 출마가 곧 당선'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벌써 십수 명의 전·현직 의원이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문제는 거물급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산 3선' 출신으로 각종 지역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김세연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나머지 주자들은 '도토리 키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야권 인사는 27일 통화에서 "부산을 너무 '이기는 판'으로만 보면서 대의를 찾기 어려워진 것 같다"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에 기반을 둔 '전국구 정치인' 김무성 전 의원에 점차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지역에서 집권여당 대표를 지내고 대권주자 반열에도 올랐던 "'무대'(무성 대장)만한 대어급 주자를 찾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지역구에서 내리 6선을 지낸 김 전 의원은 특유의 보스형 리더십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고도 지역 정가는 물론, 여의도 중앙정치 무대에서도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기 대권 '킹메이커' 역할에 주력하고 있는 김 전 의원은 부산시장 선거와 일단 거리를 두는 표정이다.
김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부산 등판론'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그 주변에선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김 전 의원의 칠순을 겸해 가진 '마포포럼' 만찬 자리에서는 전·현직 의원 30여명이 집결했다.
이 자리에서는 "김 전 의원이 정권교체로 향하는 길목에 '플레이어'로 좀 더 직접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했다고 여러 참석자가 전했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선은 이듬해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당 지도부에서도 '김무성 등판론'이 심심찮게 거론되는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전 의원 주위에서 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고 수긍하면서 지역 동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김 전 의원에 대한 김종인 비대위원장 주변의 시선이 적어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비상대권을 쥔 당대표이지만 상대적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그의 입장에선 강경보수와 거리가 멀고 당내 지분도 상당한 '김무성 카드'는 괜찮은 카드일 수 있다.
독자적인 조직력을 갖춘 김 전 의원을 투입해 부산시장 선거의 전열이 빨리 구축된다면 김 위원장은 차기 대권의 향배가 걸린 서울시장 선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지도부 기류에 정통한 한 인사는 "당과 김 전 의원 모두에게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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