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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세상에 고단하게 섰던 발이 편안하기를" 10년째 발 마사지 봉사

송고시간2020-10-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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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등 24곳서 10년간 하루평균 10여명에 봉사하는 정읍시 공무직 김대식씨

집 청소 활동도 병행…"누군가에게 힘이 돼 기뻐…마사지봉사자 더 늘었으면"

10년째 발 마사지 봉사하는 김대식 씨
10년째 발 마사지 봉사하는 김대식 씨

[촬영 나보배]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발 각질 제거기와 족욕기 네 대.

김대식(40)씨는 아침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도구를 챙겨 집을 나선다.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전북 정읍시청 문화예술과에서 공무직 근로자로 일을 하는 그는 오전에는 경로당이나 요양병원, 장애인시설로 간다.

챙긴 도구를 펼치고는 그를 기다리던 어른들의 발을 10여분간 주무른다.

피가 날 정도로 굳은살이 굳게 밴 발, 오래 서 있어서 엄지발가락이 휘어진 발, 새끼발톱이 깨져 멍이 든 발….

김 씨는 "온종일 우리 몸을 지탱하고 서 있는 발은 몸에서 가장 고생을 하는 곳"이라며 "퉁퉁 부은 발들을 보면 '힘들게 세상에 서서 계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피가 통하지 않아 노랗던 발은 그의 손을 거치면 어느새 혈색이 돈다.

발 마사지 봉사하는 김 씨
발 마사지 봉사하는 김 씨

[김대식 씨 제공]

김 씨가 발 마사지 봉사활동을 한 지도 벌써 10년째다.

근무하는 날은 한 곳, 출근하지 않는 날은 두 곳의 경로당이나 요양원을 돌며 하루 평균 10여명의 발을 어루만졌으니 10년간 그의 손을 거쳐 간 발만 3만여족에 이른다.

처음에는 두 손으로 발을 주무르다가 조금 더 전문적으로 마사지를 하고 싶은 마음에 사비로 각질 제거기와 족욕기도 구매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간단한 마사지를 해주던 게 봉사활동의 시작이 될 줄은 자신도 몰랐다.

김 씨는 마사지를 받은 직원이 '시원하다'며 흡족해하자 마사지로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 태권도를 전공하고 군 복무를 하며 선수 트레이너 자격증을 따 근육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던 그는, 그 누구보다 마사지를 잘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로당 두 곳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 여러 곳에서 마사지 요청을 받으면서 어느새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기관만 24곳이 됐다.

오로지 손힘만으로 하는 봉사활동이기에 고단할 법도 하지만 김 씨는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어 그저 기쁘다"고 말한다.

그는 "발이 더럽다고 생각했다면 마사지를 못 했을 것"이라며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마사지였고, 그 재능으로 남들을 웃게 할 수 있어서 좋다"며 미소지었다.

김대식 씨
김대식 씨

[촬영 나보배]

발 마사지 외에도 김 씨는 한 달에 한 번 정읍의 자원봉사단체인 '채움·늘 봉사단' 단원들과 함께 집 청소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동사무소 등의 요청을 받고 술병이나 쓰레기로 가득 찬 집을 치우는 일이다.

집을 찾아가 보면 주로 몸이 불편하거나 마음의 병이 있어 집을 어지럽혔다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쓰레기가 쌓이면서 혼자서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게 된 상황이 많다.

야생고양이가 들어와 뒹굴 정도로 오랫동안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던 집을 치우고 나면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가볍다.

김 씨는 "봉사활동을 하며 땀을 흘린 뒤 샤워를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정말 개운하다"며 "봉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최근 봉사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다시 활발히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봉사활동은 이제 취미이자 생활의 일부가 됐다"며 "고단한 발을 가진 어른들이 많은 만큼 발 마사지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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