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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15포대 있는 집에서 아사?…숨진 정신질환 모녀의 미스터리

송고시간2020-09-2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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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극단적 선택 모두 가능성 적어…사회적 단절 생활로 사인 규명 어려워

원룸 사망 (PG)
원룸 사망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정신질환을 앓다가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모녀의 구체적인 사망 경위 확인이 힘들어지면서 갖가지 추정만 무성해지며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1시께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원룸에서 딸(22)과 엄마(52)가 나란히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부패 정도로 봤을 때 이들은 발견된 날로부터 약 20일에서 한 달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부검 결과 신체에 외상 흔적이 없고 독극물도 검출되지 않아 타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관은 잠긴 상태여서 경찰이 내부 진입을 위해 강제개방했고, 창문도 쇠창살 때문에 막힌 상태였다.

또 유서나 도구 등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 볼 때 극단적 선택 가능성도 작다.

타살도, 극단적 선택도 아닌 상황에서 사망 경위 확인이 더 힘들어진 것은 이들 모녀가 사실상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했다는 데 있다.

조사 결과 모녀는 휴대전화도 소지하지 않았으며 집 안에 유선전화도 없었다.

모녀는 엄마의 일용직 노동 수입으로 생활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숨진 뒤 약 한 달 동안 그 누구도 이들의 행방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친구나 친척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웃과 활발히 교류하지도 않았다.

딸은 이웃 중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집 안에서만 생활했으며 엄마도 가끔 출근하는 듯한 모습을 목격한 게 전부였다.

유일한 유가족으로 엄마의 남동생이 있으나 옛날에 딱 한 번 모녀 집을 방문한 모습을 이웃이 봤을 뿐이었다.

부패 정도가 심해 제대로 된 부검도 힘들어 결국 사인 불명 결론이 내려졌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정확한 사인 규명이 힘들어지자 모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갖가지 추정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애초 엄마가 돌연사한 뒤 딸이 아사했을 가능성이 가장 현실성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마저도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

집 안에서 20㎏ 쌀 15포대가 발견됐으며 냉장고 속에도 김치 등 반찬류가 몇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23㎡ 남짓한 좁은 집에서 쌀 때문에 거동이 힘들 정도로 포대가 쌓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딸이 정신질환을 앓았다 하더라도 장애등급 5∼6급으로 가벼운 수준이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였다.

사회복지시설에서도 엄마가 사망했다는 이유 하나로 끼니조차 챙기지 못할 정도로 딸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들 모녀의 비극적인 죽음은 그 결과만 있을 뿐 과정은 없는 미결 상태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도, 타살도 아닌 상황에서 경찰도 추정만 할 뿐 딱 부러진 답을 내놓기 힘들다"고 말했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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