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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못한다" 후배 한달간 무차별 폭행 숨지게한 주방장 징역10년

송고시간2020-09-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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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발·파이프·주방기구로 때리고 벌세워…사망하자 "화장실서 넘어져 다쳐" 거짓말

법원 "피해자 건강 쇠약해졌는데도 폭행 강도 높여…잔혹하고 가학적 수법 동원"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일을 똑바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한집에서 숙식하던 후배 직원을 상대로 한 달 넘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하고, 끝내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숨지게 한 20대 횟집 주방장이 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3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올 초 경기 용인시 소재 횟집 주방장으로 취업한 A(28)씨는 과거 같은 식당에서 일했던 후배 B(21)씨에게 횟집 일자리를 소개해줬다.

A씨의 말을 듣고 지방에서 용인으로 올라온 B씨는 A씨와 또 다른 동료 C(19)씨 등과 함께 숙소 생활을 하며 횟집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악몽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지난 3월 중순 A씨는 일하는 과정에서 실수하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엎드려뻗쳐 자세를 하도록 하고 팔굽혀 펴기를 시키는 등 가혹행위로 B씨를 괴롭혔다.

비슷한 시기 A씨는 B씨가 쓸데없는 말을 한다며 배를 30차례에 걸쳐 발로 차고, 휴대용 버너 부탄가스통 5개 묶음을 머리에 집어 던지는 등 폭행했다. 이후에는 파리채로 손바닥과 허벅지를 때리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폭행의 강도는 점차 세졌다.

A씨는 지난 4월 8일 B씨가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웠다며 무릎을 꿇게 한 뒤 알루미늄 파이프로 허벅지를 10차례 내리쳤다. 이틀 뒤인 4월 10일부터는 사흘 연속 갖은 이유를 들어 주먹과 발로 B씨를 수차례 폭행했다.

이처럼 한 달 넘게 지속한 폭행으로 B씨는 이유 없이 졸거나 음식을 먹다가 구토를 하는 등 한눈에 보기에도 신체가 쇠약해진 상태가 됐다.

그런데도 A씨는 4월 13일 오후 4시 30분께 횟집 홀에서 구토를 하는 B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이어 식탁에 있던 음료수병, 스테인리스 재질의 화구 덮개 등 각종 도구를 동원해 폭행했다.

그는 늦은 밤까지 폭행과 가혹행위를 계속하다가 오후 11시께에는 B씨를 숙소 화장실로 데려가 상의를 벗게 한 뒤 샤워기로 찬물을 뿌리고, 끈으로 손과 발을 묶어 놓고 알루미늄 파이프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A씨는 이튿날인 4월 14일 오전 10시께 출근 준비 시간에도 B씨를 때렸고, 그로 인해 쓰러진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시신에서 폭행 흔적 등을 발견하고 A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그는 "피해자는 한 달 전쯤 화장실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친 적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수사 실마리는 한집에 살던 동료이자 또 다른 가해자인 C씨가 처음에 했던 거짓 진술을 2차 조사에서부터 뒤집으면서 풀리게 됐다.

당시 C씨는 "피해자가 화장실에서 다쳤다는 것은 A씨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것이었다"며 "평소 A씨가 피해자를 때리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나도 맞을까 봐 말하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사실대로 말해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C씨는 B씨의 사망 하루 전날 A씨의 지시에 따라 엎드려뻗쳐 자세를 한 B씨의 엉덩이를 각목으로 때린 사실 또한 자백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수원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TV 제공]

수원지법 형사11부(김미경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C씨에게는 특수폭행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점차 쇠약해지는 것을 직접 확인했음에도 범행을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폭행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켰다"며 "체중을 실어 피해자의 배를 밟고, 스스로 배를 때리게 하거나, 피해자의 손발을 묶은 채로 폭행하는 등 잔혹하고 가학적인 수법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으로 결국 21세 청년인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유족이 받은 충격은 치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인은 피해복구를 위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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