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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인가 정보인가' 혼선 자초하는 軍…섣부른 판단·공개 논란

송고시간2020-09-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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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 수집 첩보 꿰맞춰 제대로 평가·해석해야 신뢰할 정보"

[그래픽] 소연평도 실종자 피격 추정 위치
[그래픽] 소연평도 실종자 피격 추정 위치

(서울=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 실종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하다 북측의 총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sungg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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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되어 북한 해상에서 피격된 공무원 A씨 사건을 놓고 군 당국의 대북첩보 판단 능력에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은 A씨가 지난 21일 실종되어 다음 날 북한 해상에서 발견된 징후를 처음 포착한 이후부터 수집한 대북 첩보를 바탕으로 그가 총격에 의해 사망했고 시신은 불태워졌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내놓았다.

북측이 해상 어느 지점에서 A씨를 발견했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A씨를 발견한 수산사업소 선박과 북한 해군 단속정이 육상 부대와 주고받은 무선 교신내용을 토대로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이다.

북한 단속정은 40∼50m 거리에서 A씨에게 10여 발의 총격을 가했다. 군은 지난 22일 오후 9시 40분께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가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는 군 발표는 북한 설명과 일치한다.

그러나 군의 발표처럼 북한이 사망한 A씨의 시신에 기름을 뿌리고 불태웠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논란이 제기된다. 북측은 지난 25일 통일전선부 명의로 남측에 보내온 전통문에서 A씨가 탄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런 설명을 당장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군이 대북첩보를 정확히 판단한 것이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군은 당시 시신을 불태웠다는 첩보 내용을 수정할만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A씨 시신 훼손 여부를 놓고 남측에서는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군 당국의 보고를 받은 정치권이 정파적인 성향에 따라 이를 해석해 발표하면서 설을 확산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만 군 당국은 첩보 수집 출처 보호를 명분으로 제기되는 설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 당국이 지난 24일 발표 내용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이를 해명 보충하느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군은 북한 선박이 해상에 있는 A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측이 A씨를 배로 끌어 올리려고 했느냐는 질문에 군 관계자는 "그러지 않았고, 유실되지 않도록 이격해서(떨어져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그러나 나흘 뒤인 28일 북한이 실종자를 최초 발견한 이후 "상당한 시간 동안 구조과정으로 보이는 정황을 인지했다"고 정반대 주장을 내놨다. 정치권에서 구조 정황을 제기한 뒤에도 침묵을 지키던 군이 이를 뒤늦게 실토한 것이다.

여기에다 군이 최초 설명하지 않았던 '밧줄로 A씨를 끌고 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25일 "북한군이 A씨를 밧줄로 끌고 갔던 것은 현장 판단이 아닌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정황상 구조하려 했던 것으로 우리 군은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군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활동'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밧줄로 A씨를 묶었다고 설명했다면 구조를 위해 육상으로 끌고 가는 정황으로도 인식됐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북한 선박 승조원들이 A씨에게 접근하면서 방독면을 착용했다는 것을 보면 북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거의 노이로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배로 끌어 올리지 않은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군은 뒤늦게 평가했다.

국방부 청사
국방부 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군은 인공위성 사진과 통신감청·영상 정보(시긴트·SIGINT)와 인적 정보(휴민트·HUMINT), 공개정보 등을 통해 대북 첩보를 수집한다. 최근에는 시긴트를 통틀어 테긴트(TECHINT·기술정보)라고도 칭한다.

시긴트를 통해 수집된 첩보는 보통 'SI'(Special Intelligence)로 통한다. 감청 등에 의해 수집된 특별취급 첩보라는 뜻이다. 지난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발발 이틀 전 북한이 '발포'라는 용어를 세 차례 언급했으나 당시 군 수뇌부가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하면서 폭로된 '블랙북'(일일 정보상황 보고서)도 SI를 기초로 한다.

군의 대북정보 담당 부서인 국방정보본부는 군 수뇌부에 매일 정기적으로 일일 정보 상황보고를 한다. 미국에서 제공한 위성사진도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합참에서 발행한 용어사전을 보면 첩보(諜報)는 '정보 생산을 위해 다양한 출처로부터 획득된 처리되지 않은 자료'라고 기술했다. 그야말로 막 들어온 가공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내용이다. 첩보는 상대편에서 역정보를 흘릴 수도 있어 신중하게 평가 판단하지 않으면 이용당할 수 있다.

반면 정보(情報)는 '가용한 첩보를 수집, 처리, 평가 및 해석한 결과로 획득된 지식'이라고 정의했다. 첩보를 평가·해석해서 다듬어진 내용이 정보라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하려면 조각조각 수집된 첩보를 시차를 두고 제대로 평가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최초 발표 내용을 나중에 일부 수정한 것을 두고 첩보를 섣불리 판단하고 공개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미국이 운영 중인 정찰 위성
미국이 운영 중인 정찰 위성

[위키미디어 캡처]

미국 정보 당국은 인공위성과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U-2S 고공정찰기 등 첨단 수집 수단을 이용해 얻은 대북 '첩보'를 주한미군을 통해 한국에 제공하고 있다. 미측은 이런 첩보를 제공하면서 한국이 너무 빠르게 공개한다고 불만을 제기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방부와 합참은 이번 A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첩보에 수정할 점이 없는지 제3자적 입장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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