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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온라인 예장통합 총회 '후폭풍'…명성교회 세습 논란 재부상

송고시간2020-09-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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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서 '세습 허용' 철회 요구안 논의 무산…"적법 허울에 숨어 세습 옹호" 비판

예장통합 측 "총회 절차 끝난 게 아냐…결과 예측 아직 일러"

명성교회
명성교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처음 시도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의 온라인 총회를 둘러싼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명성교회의 부자(父子) 세습을 인정한 작년 총회 수습안을 철회해달라는 헌의안(안건)이 올해 총회 자리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으면서 교단 목회자들 사이에서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교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교회에서 온라인 화상 방식으로 치러진 예장통합 총회에는 수십건의 헌의안이 올라왔으며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 요구도 포함됐다.

예장통합은 작년 9월 총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를 꾸려 명성교회 세습을 사실상 허용하는 결정을 내놓은 바 있다.

수습안은 명성교회를 세운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의 위임목사 청빙을 2021년 1월부터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청빙을 무효로 봤던 지난해 총회 재판국 재심 판결을 존중해 당장의 세습은 허용하지 않지만, 1년여가 지난 2021년부터는 청빙을 통해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위임목사로 시무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것이다.

당시 이런 수습안을 두고 교단 안팎에서 교회 세습을 금하는 교단 헌법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에도 반대 여론은 지속했고 교단 총회 산하 68개 노회 중 12곳이 수습안을 철회해달라는 헌의안을 올해 총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온라인 화상으로, 반나절이라는 짧은 시간 진행된 올해 총회에서 관련 헌의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총회 결의 사항에 대한 철회 요구였던 만큼 올해 총회 자리에서 논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총회에서는 이 헌의안을 향후 소속 부서인 정치부에서 논의한 뒤 임원회에서 처리하도록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정기총회, 온라인 화상회의로 열려
대한예수교장로회 정기총회, 온라인 화상회의로 열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도림교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105회 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예장통합총회 105회 정기총회는 도림교회를 회의 본부로 전국 37개 교회를 화상회의로 연결하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2020.9.21 ryousanta@yna.co.kr

이런 총회 결정이 나오자 교단 안팎으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교계 단체들로 구성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총회가) 온라인 회의라는 취약점을 이용해 논의를 거부하고 본 회의를 마쳤다"며 "도대체 언제까지 절차와 적법이라는 허울에 숨어 세습을 옹호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명성교회 불법세습 사태에 대한 정의로운 판단과 치리의 실행이 없다면 교단헌법은 휴짓조각에 불과할 것"이라며 "기울어진 교단의 신뢰를 바로 세울 수 없고, 시민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참담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장통합 제주노회장도 성명을 내 "올해 총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안을 무효로 해달라는 헌의가 전혀 다뤄지지 않은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번 총회가 불법 총회임을 선언한다"고 주장했다.

예장통합 목회자들로 구성된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이하 행동연대)'도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목회지 대물림 반대 운동과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 운동을 해온 여러 조직을 하나로 결집하기로 했다"며 행동연대 결성 사실을 알렸다.

이 단체는 "(작년) 104회 총회의 명성교회 수습안 결의와 (올해) 105회 총회의 불법적 진행 등에 대한 무효소송을 이른 시일 내에 구체화하겠다는 단체들이 있다"며 "행동연대는 이런 모든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의안을 올렸던 노회와 구체적인 항의의 행동을 원하는 교회들과 더불어 행정 불복종운동 등 다양한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 기자회견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예장통합 목회자들로 구성된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이하 행동연대)'는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목회지 대물림 반대 운동과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 운동을 해온 여러 조직을 하나로 결집하기로 했다"며 행동연대 결성 사실을 알렸다. 2020.9.30 [행동연대 측 제공]

이와 관련해 예장통합 총회 관계자는 29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직 제105회 총회 절차가 끝난 것이 아니며, 명성교회 관련 헌의안은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10월 5일 정치부 실행위원회에서 첫 회의를 여는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는 1980년 김삼환 목사가 세웠다. 등록 교인이 10만명에 달해 초대형교회로 불린다. 교회에서는 2015년 김삼환 목사가 정년 퇴임하자 2년 뒤인 2017년 아들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는 결의를 했다.

이를 놓고 교회 안팎에서 부자 세습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교단 내에서 김하나 목사의 청빙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이 제기됐고, 해가 바뀌어 진행된 교단 재판에서 결과는 엇갈렸다.

2018년 재판국은 청빙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그해 총회에서는 이런 판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난해 열린 재판국 재심에서 청빙은 무효라는 세습 불허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교단 총회는 수습전권위원회를 구성해 김하나 목사의 위임목사 청빙을 2021년부터 가능하도록 한 수습안을 내놨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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