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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어치 명품 질렀어요"…'플렉스'에 빠진 10대들[뉴스피처]

송고시간2020-10-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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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bEk3tuTUlPE

(서울=연합뉴스) "19살 고등학생입니다. 알바비랑 용돈 모아서 300만원어치 명품 쇼핑했는데 한번 뜯어볼게요"

"15살 중학생인데 시험 잘 봐서 엄마가 프라다 클러치 사줬어요. 이번에 구매한 디올 립스틱이랑 같이 소개할게요"

10대 청소년들이 유튜브에 올린 명품 하울(Haul) 입니다. 하울은 제품을 구매한 뒤 이를 품평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말하는데요.

샤넬, 구찌, 프라다, 디올…이들은 성인이 지불하기에도 값비싼 명품을 보여주며 자신의 취향을 밝히죠.

청소년들의 플렉스(Flex·돈 자랑한다는 뜻) 문화는 설문 조사에서도 두드러집니다.

최근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10대와 20대 총 4천26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10대 33.6%는 추석 용돈으로 새 명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20대(26.1%)보다 높은 수치였죠.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나 주위에 나만 없는 것 같아서 등 또래 집단을 의식한 구매가 두드러졌습니다.

20대가 알바비나 월급 등 소득 일부를 저축해 명품을 구매했다면 10대는 부모님이 준 용돈을 모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이처럼 소득이 없는 10대가 명품 소비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전문가는 소비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이 안 된 상태에서 또래 문화에 영향을 받고, SNS(소셜네트워크)를 통한 비교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대만 하더라도 개인적인 주관이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10대는 또래 집단 문화가 강해 그 안에서 좋은 걸 모방하고 동조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SNS의 문제는 상향 비교를 일으킨다"며 "시기라든지 질투가 생겨나고 그 안에서 위화감이 커진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때 청소년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수십만원대의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싸 '등골브레이커'라는 단어가 생기기도 했는데요.

이를 넘어 고가의 명품을 사는 또래의 모습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죠.

한 고등학생은 "한 달 용돈으로 15만원 정도 받는데, 부모 잘 만난 친구들이 수백만원짜리 명품을 사는 걸 보면 내가 가진 게 보잘것없다고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돈을 훔쳐 명품을 구매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3월 찜질방에서 훔친 스마트폰을 사용해 은행 계좌에서 4천만원을 빼돌린 고등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이들은 훔친 돈으로 수백 만원짜리 명품 시계와 옷을 사는 등 한 달여 동안 3천300여만원을 탕진했죠.

양윤 교수는 "(청소년들의 명품 구매는) 일종의 사회병리현상"이라며 "사회의 기준가치가 굉장히 잘못돼 있다. 성인들이 10대들에게 올바른 소비문화를 제대로 못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명품 구매에 나선 10대들. 과도한 소비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박성은 기자 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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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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