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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에 섹시 유니폼이 웬 말" 재점화된 성적 대상화 논란 [이슈 컷]

송고시간2020-10-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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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yrPqHT6QIo

(서울=연합뉴스) 헤어 캡을 쓰고 몸에 딱 붙는 흰 치마, 빨간 하이힐 차림의 걸그룹 멤버. 블랙핑크 신곡 뮤직비디오에서 간호사 역할을 맡은 제니인데요.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간호사들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착용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데다 '여성적' 매력을 강조한 복장이 자칫 왜곡된 시각을 심을 수 있다는 지적인데요.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시했고, 대한간호협회도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 공개 사과와 시정조치를 요구했습니다. 당초 음악의 표현일 뿐 특정한 의도가 없었다던 YG 측은 결국 해당 장면을 삭제하고 고개를 숙였는데요.

이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되풀이되는 이슈. 지난 2008년 가수 이효리가 '유고걸' 뮤직비디오 예고편에 가슴골을 드러낸 간호사 의상으로 등장했다가 비난을 받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간호사뿐 아니라 승무원, 군인, 경찰, 교사 등 직업군도 성적 대상화 논란의 단골손님인데요. 특히 매년 10월 말 핼러윈데이를 즈음해 이들의 유니폼이 종종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의 대상이 되면서 "불쾌하다"는 현직자들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평상시에도 심한 노출 등 선정적으로 변형된 이들 직군의 복장이 '섹시 코스튬'으로 버젓이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 가터벨트, 망사스타킹 등 섹슈얼리티가 극대화된 이미지 속에서 전문성은 사라지고 '성적 판타지'만 남게 된다는 게 해당 직군 종사자들의 비판인데요. 나아가 직업과 노동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미 오래전 캡을 벗어던진 간호사는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있고, 승무원도 '젠더리스' 유니폼이 대세인 만큼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이번 사태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간호사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견과 함께 '뭐만 하면 죄다 성적 대상화', '프로불편러',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았는데요. 몇 년 전 마마무 등 다른 걸그룹이 비슷한 옷을 입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이중 잣대'를 꼬집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대적 감수성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피해자를 양산하면 분명히 잘못됐고 고쳐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 같은 논쟁이 남성 위주 사고에서 벗어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고, 특정 직업군이 특정 성별의 전유물이 아닌 사회상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문화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문화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나 취향이 충돌하는 장이고, 그것을 조정하는 기능도 문화 속에 있다"며 "겉으로는 갈등의 국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새로운 문화가 출현, 규범이나 코드의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기 걸그룹의 뮤비 속 한장면이 불을 지핀 이번 논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곱씹어 볼 대목이 아닐까요?

김지선 기자 홍요은 인턴기자 박소정

"간호사에 섹시 유니폼이 웬 말" 재점화된 성적 대상화 논란 [이슈 컷] - 2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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