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어디든 따라가겠다"던 뉴질랜드 부부, 한날한시에 하늘나라로

송고시간2020-10-14 11:25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평생의 동반자로 절대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뉴질랜드의 한 부부가 66년의 결혼생활을 마무리하고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났다.

뉴질랜드헤럴드는 14일 얼마 전 결혼 66주년을 맞이한 케빈과 모린 갤러허 부부가 지난 12일 타우랑가 자택에서 20분 시차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며 이들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다짐대로 천국의 길도 함께 갔다고 밝혔다.

헤럴드는 갤러허 부부의 막내아들 크레이그의 말을 인용해 젊었을 때 모린이 케빈을 처음 만나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했던 말이 현실이 됐다며 하지만 천국으로 가는 길은 모린이 앞장서고 케빈이 따라갔다고 소개했다.

슬하에 8명의 자녀와 21명의 손자, 31명의 증손자, 3명의 고손자를 둔 이들 부부는 지난 2일 결혼 66주년을 맞이했다.

80회 생일잔치 때 사진
80회 생일잔치 때 사진

[출처: 뉴질랜드헤럴드]

크레이그는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모든 것이었다"며 "아버지는 어머니를 뒤에 남겨 놓고 먼저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내게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케빈은 14세 때 집을 떠나 목장에서 젖 짜는 일을 하다 양치기가 됐다. 그 무렵 그는 병원 세탁실에서 일하던 누나를 통해 같은 곳에서 일하던 모린을 소개받았다.

동갑내기 31년생인 이들은 22세 때 결혼하고 한 평생을 함께 살았다.

케빈은 결혼 후 베이오브플렌티 지역 마운트망가누이 부두에서 일하고 모린은 집안일을 도맡았다.

케빈은 집에서 커다란 채소밭을 일구고 자동차를 직접 고치는 등 가정적인 남자였지만 누구보다 모린을 사랑했다.

크레이그는 부모가 가정에 대단히 충실한 사람이었다며 "훌륭한 부모였고 롤모델이었다"고 말했다. 20여 년 전 은퇴해 행복한 말년을 보내던 이들에게 불행이 찾아온 건 5년 전 모린이 치매 진단을 받으면서부터다.

설상가상으로 4개월 전에는 케빈이 폐 합병증으로 2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판정까지 받았다.

케빈이 두 어 차례 낙상사고를 겪으면서 크레이그가 두 사람이 사는 집에 들어가 밤을 함께 보내며 돌보았다.

그러나 결혼 66주년을 보내고 난 뒤 두 사람의 건강은 급속히 나빠졌고 급기야 자리에서 스스로 일어나지도 못했다.

결국 이들은 지난 12일 사랑하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하직했다.

크레이그는 아버지의 마지막 말은 어머니 상태가 어떠냐는 것이었다며 약물 때문에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호프가족장의서비스 대표 토니 호프는 "부부가 이처럼 가까운 시차를 두고 함께 세상을 떠나는 것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koh@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