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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치료법 나오면 깨워주세요" 꽁꽁 언채 100년 잠자는 사람들

송고시간2020-10-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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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이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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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sHlgW0hFcDs

(서울=연합뉴스) 미래가 배경인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인 냉동인간.

영화 '데몰리션맨'(1993)은 냉동 감옥에 갇혔다가 수십 년 뒤 깨어난 형사와 범인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이디오크러시'(2006)도 냉동인간 실험에 참여한 주인공이 1년을 예상하고 동면에 들어갔다 사고로 500년 뒤 깨어나며 겪는 일을 그렸는데요.

지난해 tvN 드라마 '날 녹여주오' 역시 24시간 냉동인간 프로젝트에 참여한 남녀가 미스터리한 음모로 20년 후 깨어난다는 스토리가 담겼죠.

현실에서도 지난 5월, 국내 첫 냉동인간 사례가 나왔습니다.

50대 남성이 한국 냉동인간 보존 기업 크리오아시아 측에 돌아가신 80대 어머니의 시신을 보존하고자 신청한 건데요.

국내엔 냉동 보존 시설이 없어 현재 이 시신은 크리오아시아와 제휴 맺은 러시아 인체 냉동 보존 기업 크리오러스에 안치돼 있습니다. 신청자가 100년간 시신을 냉동 보관하는데 내는 비용은 운송비를 포함해 총 1억500만원.

크리오아시아 측은 크리오러스 보관 사례를 볼 때, 가족이 급작스럽게 죽어 상실감에 대한 보상 심리로 냉동 보존을 의뢰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중 불치병에 걸린 사람의 시신을 냉동 보존했다가 의료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 소생 시켜 치료한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는 이들도 있습니다.

현행법상 인간의 냉동은 사망 선고 이후에만 가능한데요.

사망 선고와 동시에 뇌에 산소 공급을 계속 유지하면서 시신의 혈액을 모두 빼낸 뒤 동결보존액(부동액)을 채워 급속 냉동하는 식입니다.

한형태 크리오아시아 대표는 "(인체 내 수분이) 얼면서 부피가 팽창해 세포막을 터뜨리게 된다"며 "뾰족한 결정들이 만들어져 세포 손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걸 방지해 줄 일종의 부동액, 낮은 온도에서도 얼지 않는 용액으로 치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냉동인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50여년 전인 1967년 첫 냉동인간 사례가 나왔는데요.

이 인물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출신 제임스 베드퍼드로, 미국 알코르 생명연장재단에 보존돼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세계에는 미국 2곳을 비롯해 러시아와 중국 등 총 4곳에 냉동 보존 연구소가 있는데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에선 2015년 냉동 보존 연구소가 처음 세워진 뒤 관련 기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아직 신체를 완벽하게 해동하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는데요.

인체를 녹일 때 세포 손상을 줄이며 동시다발적으로 체온을 올려야 하는데 아직은 세포와 조직 단위 연구에 머물러있습니다.

냉동 보존 의뢰자들도 현재로선 시신의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지만 미래에 해동 기술이 개발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을 뿐이죠.

그러나 냉동인간이 제도적, 윤리적으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생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사후 냉동된다면, 소생을 전제했을 때 생명 연장·재생으로 인한 수많은 문제점을 과학적 연구 단계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원장은 "의학 기술이 완전하지 않을 때 생길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며 "또 보존을 의뢰한 사람은 사라지고 냉동된 사람이 살게 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등 굉장히 복잡한 문제들이 있어 제도적, 윤리적으로 어떻게 접근할지 사전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선 사망 전 본인 의사가 확실하다면 냉동 보존이 하나의 장례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한 대표는 "예를 들어 '산소에 묻어 달라', '화장해 달라' 이게 어떻게 보면 본인의 선택"이라며 "장례 방식의 또 다른 선택지로 받아들인다면 크게 무리가 없지 않을까"라고 말했는데요.

아직 과학적으로 많은 과제가 산적해 갈 길이 먼 냉동인간 기술.

다가올 미래, 인간 생명 연장에 대한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을까요.

이은정 기자 한명현 박서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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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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