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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심화하는 전세난…서민 시름 덜어줄 대책 고민해야

송고시간2020-10-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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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요즘 전세 시장에서 매물은 줄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14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전세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20평대 매물 한 채가 나오자마자 10여명이 한꺼번에 집을 보러오는 바람에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정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차 관련법들이 7월 말 국회를 통과했지만, 전세 시장 불안이 가시기는커녕 과도기적 부작용이 부각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전국 주택 전셋값은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으로 0.53% 올라 5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5월에 0.09%에 그쳤던 전셋값 상승률은 집값 오름세와 맞물리면서 6월 0.26%, 7월 0.32%, 8월 0.44%로 보폭을 키우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0.85%가 오르는 등 지난달 수도권 전셋값 상승률은 무려 0.65%에 달했다. 치솟는 전셋값도 문제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예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다시피 씨가 마르는 품귀 현상은 더더욱 문제다. 전세 시장 최대 성수기로 불리는 가을 이사 철과 맞물려 '귀하신 몸'이 된 전세를 구하려는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9천500여 가구로 서울지역 최대 아파트 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서 부동산 포털에 올라온 전세 매물은 고작 서너개, 3천800여 가구 대단지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세 매물은 20개 안팎에 불과하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전세 매물이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마포구 염리동에서 전세를 살던 홍 부총리가 실거주한다며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전세 난민'으로 전락할 처지가 됐다는 소식은 현재의 전세 시장 불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전세 시장의 불안 요인은 복합적이랄 수 있겠다. 올해 전반적인 집값 상승이 우선 원인으로 꼽힌다. 가을 이사 철 성수기 계약 시기와 맞물려 그동안 오른 집값이 전셋값에 반영됐을 개연성이 높다. 기준금리 대폭 인하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똑같은 전세보증금이라도 집주인에게는 손해고, 세입자는 그만큼 득이 되는 구조다.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하지만, 최근의 전세 시장 불안은 이런 구조적 요인보다는 '임대차 3법' 시행과 재건축 실거주 요건 강화 등 과도기적 부작용 탓이 더 크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의 시행과 더불어 기존 계약을 바꾸면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적어졌다. 여기에 8·4 공급 대책으로 집값 하락 기대심리가 작용하면서 전세 대기수요가 늘었다. 재건축 조합원이라도 실거주 2년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분양을 받지 못하도록 실거주 요건이 강화된 것도 전세 매물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이런 요인들이 물고 물리면서 전세 수요는 폭발하고 공급은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어드니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임대차 3법 시행의 과도기적 부작용으로 전세 시장 불안은 어느 정도 예측됐지만, 그 정도가 꽤 심하다. 극심한 전세 시장 불안과 불확실성으로 고민스러운 것은 세입자와 집주인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 해당한다. 정부도 문제점을 충분히 알고 대책 마련에 고민하는 것 같다. 홍 부총리는 국정감사와 부동산시장 점검 장관회의 등에서 전셋값이 쉽게 내려갈 것 같지 않다며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급 물량 부족에서 빚어진 전세 시장 불안을 잠재울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임대주택 공급으로 전세 물량을 늘리려 해도 당장은 어렵다. 내년에는 오히려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이 올해의 절반으로 준다고 한다.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절박한 서민들의 고통을 이해한다면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예정된 공급 물량이 조금 더 빨리 공급될 수 있도록 조건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전세 대출 조건을 완화하거나 금리를 낮춰주는 등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보완할 여지가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집주인이 '실거주 꼼수'를 부린다거나 세입자가 집을 빼주는 조건으로 집주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의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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