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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평일은 교수, 주말엔 봉사단장…7년째 이웃에 쌀·식료품 나눔

송고시간2020-10-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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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실천단장 신선정 강릉원주대 치위생학과장…매주 노인 2가정에 봉사활동

"봉사는 작은 것부터 누구나 할 수 있고, 작은 실천의 영향력을 믿어요"

강릉 나눔실천단 봉사활동 모습
강릉 나눔실천단 봉사활동 모습

[신선정 단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릉=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국립대학의 교수, 거기에다 학과장을 맡은 사람이 봉사단장까지 겸하고 있다고 하면 보통은 '대단히 착하거나 투철한 사명감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리 착하지도, 큰 사명감에 불타지도 않는다"며 손사래를 친다.

대신 "작더라도 꾸준한 선행의 실천이 주는 영향력"을 작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전한다.

평일은 교수, 주말에는 봉사단장으로 제자와 이웃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 바로 신선정 강원 강릉시민행동 나눔실천단장 겸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치위생학과장이다.

나눔실천단은 시민단체인 강릉시민행동의 부설기구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노인들을 매주 2가정씩 찾아 쌀과 식료품을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쌀을 전하는 대신 500원을 받는다.

어르신들의 500원 선행 릴레이
어르신들의 500원 선행 릴레이

[신선정 단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름진 손이 '나눔 은행'이라고 이름 붙은 저금통에 넣은 동전은 차곡차곡 쌓인다.

비록 어려운 삶 속에 있지만 나눔에 작게라도 동참해 '착한 영향력'을 함께 만드는 것이다.

나눔실천단은 2013년 말 5명으로 시작했지만, 이들의 작은 선행은 조금씩 주변을 물들였다.

강원한우에서도 어르신을 위해 곰탕을 6개월간 기증한 뒤 꾸준히 할인 제공하고, 지역 봉사단체인 근우회도 일정 금액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개인과 여러 단체가 각종 물품을 후원한다. 지난해 강릉 옥계에 큰 산불이 났을 때는 피해 주민을 섬기기도 했다.

실천단 규모도 10명 이상으로 늘었다.

아들과 함께 하는 신선정 단장
아들과 함께 하는 신선정 단장

[신선정 단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 교수는 이 모임을 창단할 때부터 쭉 단장을 맡고 있다.

같은 학교 교수가 나눔실천단을 꾸리면서 그를 적임자로 생각해 단장을 권했고, 부담 없이 수락했다.

활동 초기에는 신 단장의 활동이 주변으로부터 오해를 샀다.

특히 이곳 토박이들은 "서울에서 온 교수가 지역을 위해 조직을 꾸려 봉사하는 것을 보니 정치에 나설 모양"이라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물론 7년이 지난 지금은 "타지 사람이 강릉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봉사하는데 우리는 이제껏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고 말한다.

신 단장은 종종 초등학교 1, 3학년생인 두 아들과 함께 봉사를 다닌다.

대여섯 살부터 엄마를 따라다니던 첫째는 최근 이렇게 물었다.

"저 할아버지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고, 엄마는 왜 봉사활동을 해요?"

이 질문에 신 단장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나눔실천단의 봉사 활동
나눔실천단의 봉사 활동

[신선정 단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어머니도 과거 장애인 복지관 청소 봉사에 열심을 냈었다.

신 단장은 아들에게 "할머니도 어렸을 때 봉사 많이 했었어"라고 얘기했다.

착한 일은 할머니에게서 엄마로, 다시 아들로 조용히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신 단장과 나눔실천단의 봉사는 이웃과 지역사회는 물론 대학 안의 제자까지 변화시켰다.

한 제자는 학부생 때 신 교수의 선행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봉사 동아리에 동참하고, 대학원 과정에 들어가서는 치위생학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박사 논문에 연결하기도 했다.

매주 이어지던 선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잠시 멈췄다.

나눔실천단 현장 모습
나눔실천단 현장 모습

[신선정 단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어르신들이 워낙에 기저질환이 있는 데다가 바깥 활동이 많은 봉사단과의 접촉으로 감염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나눔실천단은 올여름 휴가철부터 현장 봉사를 중단하고 있다.

많은 어르신이 이들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신 단장은 야속한 코로나19 사태가 얼른 잠잠해지길 바랄 뿐이다.

신 단장은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봉사를 미루기보다는 작은 실천을 하나씩 쌓다 보면 이것들이 태풍을 만드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서로 좋은 영향이 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말했다.

이어 "단장이라는 이유로 내가 혼자 너무 주목받는 것 같지만 우리 모임 안에는 더 대단한 사람들도 많다"며 수줍어했다.

감동으로 이어가는 봉사
감동으로 이어가는 봉사

[신선정 단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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