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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명장 열전] ⑮ 전통과 현대 도자기 접목 이승민 도예 명장

송고시간2020-10-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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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사기 대가 아버지 이어 2대째 전통 가마로 도자기 제작

항아리에 흑백토 칠한 뒤 빗살 문양 새겨 고전미 현대미 강조

"인내와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없다…원칙과 전통, 창의성 중요"

이승민 도예 명장
이승민 도예 명장

[촬영 조정호]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와 현대 도자기를 접목해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한국도자기로 부흥시키고 싶습니다."

이승민(48) 산성도예 대표는 대를 이어 전통가마로 분청사기를 만드는 도예가다.

지난달 '2020년 부산시 공예 명장'에 선정된 이 명장을 만나기 위해 부산 금정구 금정산성 마을을 찾았다.

금정산 기운이 느껴지는 마을 안쪽 골목길 끝에 위치한 산성도예에 도착했을 때 이 명장은 작업실에서 차호(차를 담는 그릇)를 빚고 있었다.

이 명장은 도자기를 배운 아내를 포함해 도자기 집안 맏아들이다.

작업실에는 부친 이상문 씨와 동생 종민·영민씨도 각자 도자기 제작에 한창이었다.

반야심경 양각문 작업하는 산성도예 1대 이상문 도예가
반야심경 양각문 작업하는 산성도예 1대 이상문 도예가

[촬영 조정호]

백발이 된 이상문 씨가 도자기 표면에 반야심경 글자를 한 자씩 새기는 정교한 작업(양각문)을 하는 것에서 대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상문 씨는 "자칫 글자 한 부분이라도 잘못 떨어져 나가면 도자기를 버리고 다시 작업을 시작해야 하므로 집중력과 끈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명장은 이런 아버지를 보고 자랐고 흙을 만지고 놀면서 도자기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분청사기
분청사기

[촬영 조정호]

10대부터 도자기 제작을 도우면서 한국 전통 도예가의 길을 선택했다.

산성도예는 우리나라 전통 가마에서 굽는 방식으로 도자기를 제작하는 곳이다.

전시장에는 높은 온도에 견딜 수 있는 흙과 도공의 솜씨가 빚어진 도자기와 그릇, 다기류가 자연미를 뽐내며 줄지어 자리 잡고 있었다.

부친 이상문 씨는 도자기 표면에 글을 새기는 기법인 양각문으로 반야심경, 무궁화문, 호문(호랑이 무늬) 표현하는 도예가로 이름나 있다.

이 명장도 아버지의 기술을 전수받아 고전 기법으로 분청사기 작품을 만들었다.

분청사기는 항아리에 흑백토를 칠해 굽는 도자기를 말한다.

"흙(항아리) 위에 다시 흙(흰색·검정)을 바르고 다시 깎아내는 작업은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흑백토를 칠한 뒤 빗살 문양을 파서 새긴 무늬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삼작 선각 빗살 차호·다기'와 구리 가루를 칠하는 방법으로 도자기 표면을 붉게 표현한 '분청진사 사발'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분청사기 흑백 선각 다기
분청사기 흑백 선각 다기

[촬영 조정호[

이 명장은 "분청사기는 고려말 조선 시대 초 도자기로 화장토로 분칠해 고온으로 소성한 도자기"라며 "제조 과정이 일반 도자기보다 훨씬 어렵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전통기법으로 분청사기를 만드는 곳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공예고와 양산대 산업디자인과에서 도예를 전공한 이 명장은 다수 공모전 수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명장은 가족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맡는 분업화로 산성도예만의 도자기 세계를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각과 음각 기법으로 세 가지 흙 색깔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기법을 다기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 접목해 독창성을 부각했다.

가장 높은 온도에서 견디고 붉은색이 입혀진 분청진사 기법도 사발과 다기 등에 적용해 전통적인 고전미와 현대적인 세련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승민 도예 명장
이승민 도예 명장

[촬영 조정호]

장애인인 아버지에 이어 이 명장도 어릴 때 고열로 인한 후유증으로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하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도자기 제작과 연구, 시행착오를 겪으며 익힌 전통 도자기 제조 기술은 장애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게 했다.

그는 장애인 도자기 체험행사를 마련하는 등 소외계층과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에도 참여한다.

이 명장은 "인내와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없다"며 "자기와 싸움을 게을리하지 않고 기본 원칙과 전통을 지키며 창의성을 연구해야 한다"고 전통도예 분야 숙련기술인으로서 철학을 밝혔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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