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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이웃 사랑 실천만 '반백 살'…의령 봉사왕 공도영씨

송고시간2020-10-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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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부터 50년 넘게 사회공헌활동…사후 장기기증 계획까지 세워

끼니 걱정하며 시작한 시집살이…밤낮 가리지 않고 모은 돈 이웃 위해 기탁

국민훈장 석류장 들고 있는 공도영 할머니
국민훈장 석류장 들고 있는 공도영 할머니

[박정헌 촬영]

(의령=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졌어도 죽을 땐 빈손으로 가기 마련이죠. 살았을 때 조금이라도 더 봉사해야 죽어서도 미련이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몸을 완전히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경남 의령군 유곡면에 사는 공도연(80) 할머니는 지역 내에서 '봉사왕'으로 통한다.

30대부터 현재까지 50년 가까이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헌신해 사회공헌활동 경력만 말 그대로 '반백살'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17살 시집살이를 시작한 공 할머니는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가난에 허덕였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낮에는 보따리를 지고 집마다 방문해 물건을 파는 행상을 했으며, 밤에는 뜨개질을 떠 내다 팔았다.

그렇게 알뜰히 모은 돈으로 조그만 문구점을 운영하고 논도 1천㎡가량 사들여 벼농사를 시작했다.

형편이 피기 시작하고 주변에서 '부잣집' 소리도 듣기 시작할 무렵 본격적인 사회활동과 이웃돕기 봉사에 나섰다.

1970년대 초 새마을운동 바람이 불자 새마을부녀회장으로 선임됐으며 마을 내 30가구를 이끌고 농한기 소득증대를 위한 사업에 뛰어들어 활약했다.

쌀을 절약하자는 절미(節米)운동도 이끌며 마을 전체 발전을 위해 노력했으며, 사비를 들여 마을 내 간이상수도 설치와 지붕개량 사업을 하기도 했다.

공 할머니는 항상 어려운 이웃을 챙긴 어머니 영향으로 어렵게 모은 재산을 남을 위해 선뜻 내놓는 게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민훈장 받는 공도연 할머니
국민훈장 받는 공도연 할머니

[의령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모친이 봉사 정신이 지극해 어려운 형편에도 항상 이웃들을 보살폈어요. 마당에 우물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물을 길으러 오면 꼭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곤 했어요. 그런 모친을 닮아서 그런지 배고픈 사람을 보면 밥을 차려주고 싶고, 가난한 사람을 보면 경제적 도움을 주고 싶어요."

50년 가까운 세월이 누적된 지라 이제는 어떤 사회공헌활동을 했는지 기억조차 까마득한 게 태반이다.

1985년에는 주민들이 의료시설이 없어 많은 불편을 겪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대지 225㎡를 구매, 의령군에 기탁해 보건소 개설에 이바지했다.

초등학교 졸업생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11명을 추천받아 중학교 입학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했으며 11년간 매년 12가구에 쌀을 지원하기도 했다.

불우이웃을 위해 음식을 내놓거나 노령층을 대상으로 틈날 때마다 이들을 방문해 청소하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등 봉사활동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자연스레 마을을 이끄는 구심점이 돼 수차례 거절에도 불구하고 주변 권유를 이기지 못해 사회단체장을 맡아 봉사활동에 진력했다.

새마을부녀회장을 비롯해 팔각회 회장, 적십자봉사회장, 노인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매일 아침 도로변과 논밭 생활 쓰레기 수거는 물론 분리수거까지 앞장서 도맡았다.

나이 예순을 넘으며 공 할머니는 노인복지시설 봉사와 경로 봉사에 주력했다.

매년 직접 농사지은 쌀로 떡국을 끓여 노인들에게 대접하고 경로당을 방문해 청소와 같은 궂은일을 해오는 등 흐르는 세월도 공 할머니의 이웃 사랑을 막지 못했다.

2015년에는 75세의 나이로 남자들도 맡기를 꺼리는 노인회 분회장직을 맡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돌봤다.

폐지와 공병을 판 돈으로 유곡면 노인회에 250만원을 기탁하는 등 노인회 및 각종 단체에 성금도 꾸준히 내고 있다.

공도연 할머니 장기기증 희망 등록증
공도연 할머니 장기기증 희망 등록증

[박정헌 촬영]

이와 같은 선행과 공적으로 총리·장관 표창 등 관련 표창만 50번 넘게 받았다.

최근에는 '제24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사회공헌과 모범 노인 자격으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기도 했다.

포상금으로 받은 상품권 50만원은 사비 50만원까지 보태 마을에 내놨다.

그런 공 할머니는 자신의 사후 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정했다.

평생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아왔으면서 죽어서까지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영면에 들고자 한다.

공 할머니는 "평생 그렇게 많은 사회공헌활동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남은 건 집 한 편에 쌓인 표창·훈장뿐"이라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민들 손에 직접 뽑혀 받은 의령군민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 년 전 한 교수가 연설하는데 평생 번 돈 자식 줄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쓰고 남은 건 기부에 쓰라고 하던데 딱 내 마음 같아 반가웠다"며 "세상과 작별하면 봉사는 다시는 못하겠지만 장기기증을 해서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도연 할머니
공도연 할머니

[박정헌 촬영]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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