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수미 수원고법서 천당·지옥 오갔다
송고시간2020-10-16 17:40
1심 직 유지, 2심 당선무효형…대법 파기환송으로 모두 기사회생
수원고법 형사2부, 같은 날 같은 법정서 파기환송심 열어 사법족쇄 풀어줘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한때 당선무효 위기에 내몰렸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이 16일 수원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원심 파기 취지 판결을 받아들고 기사회생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광역단체장과 100만 인구의 시장 직을 건 재판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 이들 두 사람의 공판은 수원고법에서 그 시작과 끝을 맺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사의 2심 재판부인 수원고법은 지난해 9월 6일 그에게 적용된 4가지 혐의 중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고 이재선 씨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를 지시했고, 이런 절차는 일부 진행됐다"며 "피고인이 경기지사 후보로 TV 토론회에 나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앞서 같은 해 5월 1심인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4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 '올킬' 판결을 내리자 기다려준 지지자들을 향해 "앞으로도 손잡고 큰길로 함께 가시길 기대한다"고 인터뷰했던 이 지사는 2심 종료 후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은 시장 또한 지난 2월 6일 2심 재판부인 수원고법에서 조직폭력배 출신이 대표인 기업으로부터 차량 편의를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무효 위기에 몰렸다.
그는 2심 재판 과정에서 "자원봉사를 받은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오히려 재판부로부터 "차량과 기사를 받으면서도 자원봉사라는 말을 믿었다는 것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말 같다. 이를 100만 시장의 윤리의식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1심인 수원지법 성남지원의 벌금 90만원 선고로 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은 시장 역시 이 지사와 마찬가지로 항소심인 수원고법에서 발목을 잡히고는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떠났다.
더욱이 은 시장의 선고형량은 검찰이 구형한 벌금 150만원의 두 배여서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수원고법에 입장할 때에는 후문 광장의 일명 '호랑이상'(조각상 정식 명칭은 '세상이 다 보이네')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서서 '사법족쇄'를 풀어내겠다는 심경을 피력했으나, 퇴장할 때에는 '침통' 그 자체였다.
그러나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대법은 이 지사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은 시장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의 항소가 잘못됐다는 이유로 각각 원심을 깨고 수원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수원고법 형사2부(심담 부장판사)는 16일 오전과 오후 두 사건을 각각 심리한 끝에 "대법의 파기환송 후 심리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고, 증거관계의 변동도 없다"며 "따라서 이 법원은 기속력(羈束力ㆍ임의로 대법원판결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구속력)에 따라 대법 판단을 따른다"고 판시했다.
수원고법에서 단체장 직을 잃게 될 위기에 몰렸던 두 사람은 이날 수원고법에서 사법족쇄를 풀고 밝은 표정으로 나오게 됐다.
한 재판부로부터 같은 날 같은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이 지사와 은 시장은 이번에도 '호랑이상'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각각 "사법부에 경의를 표한다", "성남시정에 전념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검찰이 재상고장을 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사와 은 시장이 같은 사건으로 '호랑이상' 앞에 다시 서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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