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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감독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에 미안한 마음"

송고시간2020-10-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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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리메이크 연출…"또 다른 의미와 재미 찾으면 좋겠다"

(춘천=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이 영화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흥행이 안 된 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같이 나누고 볼 수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항상 있었죠."

장준환 감독이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2003)에 품어 온 '마음의 빚'이다.

[춘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범우주적 코믹 납치극'이라는 기상천외한 SF의 외피 안에 통렬한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개봉 당시 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저주받은 걸작'으로 꼽힌다.

지난 5월 미국판 리메이크 소식을 알린 뒤 지난 16일 춘천영화제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오랜만에 관객을 만났다.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SF 영화제로 정체성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하는 춘천영화제는 '특별전:한국 SF의 스펙트럼'을 마련하고, 한국 SF영화의 이정표를 세운 작품으로 '지구를 지켜라!'를 소개했다.

만들어진 지 17년이 지났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강렬하다. 그런 메시지를 던져야 했던 시대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영화 상영 후 관객을 만난 장 감독은 "외계인을 그리려고 만든 건 아니었다"며 "다른 시선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제3의 존재에게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와 현재는 많이 다르니까 재미있는 영화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하시고 재미로 즐겨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2003년과 2020년의 지구는 뭐가 바뀌었나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과격한 이야기가 더 와닿는 것 같다"며 "여전히 지구가 안타깝고, 이 이야기를 가지고 나눌 이야기가 아직 많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구를 지켜라!'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하는 장준환 감독(왼쪽)
'지구를 지켜라!'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하는 장준환 감독(왼쪽)

[춘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판 리메이크에는 '유전'과 '미드소마'로 알려진 아리 에스터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한국 영화 열혈 팬을 자처하는 에스터 감독은 지난해 '미드소마'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한국 영화로 김기영 감독의 '하녀'와 함께 '지구를 지켜라!'를 꼽기도 했다.

장 감독은 "이 시대에 다시 이야기를 꺼내서 좀 더 넓게 소통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며 "다른 환경에서 다른 배우들과 다른 사회를 배경으로 다시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작은 영화가 될 확률이 높고, 영화가 크고 작은 게 중요하지는 않다"며 "또 다른 의미, 또 다른 재미를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며 극장 운영과 영화 제작이 중단된 상태다. 장 감독은 "온라인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는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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