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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땀 묻은 자동차 만지는데 방역장비 없어"…정비사 노동실태

송고시간2020-10-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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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자동차 정비사 67%, 일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자동차에는 땀이나 침도 튀길 수 있고, 언제든지 세균에 노출돼 있죠. 차량 소유자가 확진자인지 아닌지는 검사원들은 알 수가 없어요.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는데 방역 장비가 아예 없어요."

"빨간 날은 무조건 연차로 까요. 그런 식으로 다 소진하게 시키다 보니 실제로 연차라고 쓸 수 있는 날이 없어요.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자동차 정비사들 대다수가 일반 직장인과 달리 자신들의 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 휴가를 쓰지 못하면서 수당도 받지 못하는 정비사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무사와 변호사 등 노동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검사정비모임과 함께 진행한 자동차 정비사 노동실태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조사는 민간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정비사 335명을 대상으로 지난 6∼8월 이뤄졌다.

"침 땀 묻은 자동차 만지는데 방역장비 없어"…정비사 노동실태 - 1

직장생활 중 코로나19로부터 얼마나 안전하냐는 질문에 정비사 67.2%가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안전하다'는 응답은 25.7%에 불과했다. 이는 일반 직장인 대상 조사에서 53.8%가 안전하다고 응답한 결과의 절반 수준이다.

사업장에서 마스크가 지급된다는 응답은 39.1%였으며 사무공간을 소독한다는 응답은 30.4%, 고객 차량 소독은 14.6%, 체온감지기 설치는 13.1%로 나타났다. 가장 손쉬운 손 세정제 비치도 76.1%에 그쳤다.

연차휴가 사용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못 쓰고 수당도 없다'는 응답이 54.0%로 가장 많았다. 80.3%는 법정 휴가를 부당하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67.5%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받아내지 않았다고 응답했으며, 취업규칙을 본 적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65.4%를 차지했다.

자동차정비점검원 연차휴가 사용방식 설문
자동차정비점검원 연차휴가 사용방식 설문

[직장갑질119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자동차 불법·부실 검사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68.6%에 달했다. 이들은 불법·부실 검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중복 가능)에 대해 '사업주들이 어떻게든 수익을 남기려고 불법도 감수하기 때문에'(62.8%), '사업주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서'(47.4%) 등을 들었다.

이상권 노무사는 "대부분의 자동차검사정비원 노동자들이 자신의 근로조건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상태로 일하고 있다"며 "연차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미사용 수당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무려 80%가 넘는데 이는 모두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검사원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의 최저기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확인된 만큼,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철저한 감독에 나서 사업주들의 법 위반을 적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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