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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n스토리] 매달 목욕 앞치마 둘러매는 경찰관…"봉사도 중독"

송고시간2020-10-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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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선지구대 박수출 팀장…18년째 노인 목욕 봉사활동

봉사활동하는 박수출 팀장
봉사활동하는 박수출 팀장

[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어려운 사람이 눈에 밟혀 봉사활동을 하면 온몸에 엔도르핀이 도는 느낌입니다. 그럼 또 힘이 생겨 봉사하고 힘든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죠. 이런 게 중독 아닐까요?"

박수출(54) 부산 영도경찰서 영선지구대 팀장은 18년째 노인 목욕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꾸준한 선행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 7월 15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추천포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박 팀장의 봉사는 2002년 산 중턱에 살던 한 할머니의 부탁에서 시작된다.

당시 할머니는 순찰을 하던 박 팀장에게 "빗물을 모아서 남편 몸을 씻겨야 하는데 올해 가뭄이라…, 이동식 목욕 차 한 대만 알아봐 주소"라고 요청했다.

당시 부산시에서 운영 중인 이동식 목욕 차량은 1대.

경찰서로 돌아와 관련 기관을 수소문했지만 박 팀장은 이동식 목욕 차량을 구할 수 없었다.

빈손으로 돌아가기 미안했던 박 팀장은 할아버지를 목욕탕에 직접 모시고 가 목욕을 시켜 드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목욕이 끝난 후 나오는 할아버지를 보고 할머니가 눈시울을 적시며 고맙다는 말을 거듭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에도 힘을 얻고 감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박 팀장이 지금까지 몸을 씻겨드린 노인과 장애인이 1천200여 명에 이른다.

박수출 팀장
박수출 팀장

[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6년부터는 집 근처 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해 매달 독거노인을 위한 특식을 조리하고 말동무를 하는 활동도 해왔다.

사회적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복지서비스 사업에 힘써달라며 조금씩 기부활동을 한 금액도 250여만원에 달한다.

동료들은 비번 등 휴일에 급한 일로 박 팀장을 찾으려면 봉사활동이 이뤄지는 곳에 가면 된다고 말한다.

실제 박 팀장이 근무한 경찰서의 봉사 동아리 소속 경찰관들도 그와 함께 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휴일마다 봉사활동에 나가면 가족들이 서운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팀장은 오히려 가족들이 가장 큰 조력자라고 응수했다.

그는 "애초 아내가 더 적극적으로 봉사에 참여했고 지금도 가장 많은 격려를 해준다"며 "어렸을 때부터 봉사활동 현장을 함께 다녔던 아이들도 더 많은 응원을 해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봉사활동이 제한되면서 방역 관련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매달 취약층이 사는 집에 찾아가 소독을 하는 게 주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54세인 박 팀장의 경찰 생활은 그리 오래 남지 않은 편이다.

그는 인생 2막 역시 봉사활동으로 채우며 보낼 계획이다.

박 팀장은 "나이가 들면 힘에 부쳐 목욕 봉사 등 체력이 소모되는 봉사활동을 하기 힘들어질 것 같다"며 "이발 기술을 배워 몸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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