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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국회의원 직무상 발언 면책특권 예외 있다?

송고시간2020-10-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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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갑근, 라임의 접대대상으로 자신 지목한 김진애 의원에 손배소

대법원 "명백히 허위 인식한 채 타인 명예훼손한 경우 면책 제외"

질의하는 김진애 의원
질의하는 김진애 의원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수원고검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0.10.19 toad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이율립 인턴기자 =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와 관련,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20일 자신을 라임의 접대 대상으로 지목한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예외가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윤 전 고검장은 소를 제기하기에 앞서 "김 의원의 발언이 국회에서 이뤄져 면책특권이 부여된다고 하지만, 너무도 명백한 허위 발언인 만큼 관련 판례를 면밀히 검토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애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산하 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언급한 술 접대 검사 3명 중 1명이 윤 전 고검장이라며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 측이 "김 전 회장이 지목한 검사 중에 윤갑근은 없다"고 밝힘에 따라 윤 전 고검장에 대한 김 의원의 발언은 사실이 아닐 공산이 커졌다.

그렇다면 윤 전 고검장이 손배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김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을까?

◇헌법 45조에 의원의 직무상 발언 면책특권 명시

회기중 불체포 특권과 더불어 국회의원의 특권 중 대표적인 논란 대상이 직무상 발언에 대한 면책 특권인데, 이는 헌법에 근거한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국회에서'란 국회의사당이라는 장소의 개념을 넘어 상임위 활동 등도 포함하는 것이다.

즉, 국회의원은 국회 본회의와 위원회, 간담회, 의사당 외부 등에서 이뤄지는 의원 직무와 그에 수반되는 행위나 발언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 "'명백한 허위' 인식한 채 허위사실 적시하면 면책 불인정"

단, 대법원은 직무와 관련이 있는 국회의원의 발언이라 해도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 해석을 판결문에 명시한 바 있다.

지난 2007년 1월 대법원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허태열 전 의원(당시 현직의원)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면책특권을 인정해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한했다.

당시 재판부는 "면책특권의 목적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발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발언 내용 허위 인식 못했다고 인정돼 면책특권 누린 사례 있어

그럼에도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발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비록 발언 내용에 다소 근거가 부족하거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무 수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인 이상 이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결국 허태열 전 의원은 "진위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거나 다소 근거가 부족한 채로 발언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면책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고(故) 노회찬 전 의원도 의원시절 이른바 '떡값'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전·현직 검사의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인정받아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1년 5월 대법원은 도청(盜聽)에 의해 작성된 녹취록을 인용해 이른바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노회찬 전 의원 사건에서 노 당시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명단을 공개한데 대한 명예훼손 혐의는 면책특권이 인정된다고 보고 무죄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노 의원이 떡값 수수자로 지목한 당사자가) 검사로 재직하던 당시 삼성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 그 내용이 허위이고 피고인이 허위임을 인식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노 전 의원이 전·현직 검사들의 실명이 기재된 보도자료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실은 데에 따른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는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고, 이 부분은 2년 뒤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2013년 2월 노 전 의원 상고심에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 형태로 도청 내용을 게재한 행위는 면책특권 범위 내에서 행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직무상 발언에 면책특권 예외 가능하지만 '허위인줄 알면서 발언' 입증해야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회의원 직무상 발언도 명백히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 했다면 면책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면책 특권의 '예외'는 있다. 이는 대법원 판례로 정립된 부분이다.

다만 해당 발언을 한 의원이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 발언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면책특권을 박탈할 수 있는 것이다.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지난 1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청주 상당구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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