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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동성 커플 법적 보호받아야"…동성 결합 첫 공개 지지(종합)

송고시간2020-10-22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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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방향 전환' 평가

프란치스코 교황.[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개적으로 '동성 커플의 결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가톨릭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교황의 이러한 입장은 21일(현지시간)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 공개됐다.

교황은 다큐멘터리 내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하나의 가족이 될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불행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결합법(Civil union law)이다. 이는 그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라며 "나는 이를 지지한다"고 부연했다.

시민결합법은 동성 결혼 합법화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동성 커플에게 이성 부부와 동등한 법적 권리를 인정한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와 미국의 일부 주가 이를 채택하고 있다.

교황이 2013년 즉위 이래 시민결합법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전기 '위대한 개혁가'를 쓴 영국의 저널리스트 오스틴 아이브레이는 교황이 가장 명료한 용어로 관련 이슈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짚었다.

AP 통신 등 외신들도 "동성 간 가족 구성을 공개 지지한 역대 첫 교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5년 5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동성결합식의 한 장면. [AP=연합뉴스]

2015년 5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동성결합식의 한 장면.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로 있을 당시 동성 결혼 합법화에는 반대하면서도 이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했다.

교황으로 즉위한 뒤에도 동성애자에 대한 존중과 차별 금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즉위 직후인 2013년 7월 동성애자 문제를 두고 "주님을 찾고 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내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 발언은 지금도 회자된다.

다만, 가톨릭계의 민감한 주제 가운데 하나인 동성 결합 지지 여부과 관련해선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교황의 이번 언급에 대해 교황청 안팎에서는 성소수자(LGBTQ) 이슈와 관련한 가톨릭교회의 역사적인 방향 전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예수회 사제 제임스 마틴은 로이터에 "시민결합법에 대한 교황의 명확하고 공개적인 지지는 가톨릭교회와 성소수자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상징한다"고 풀이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성소수자 차별을 강한 톤으로 비판해온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날 상영된 다큐멘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7년을 조명한 기록물로 러시아 태생의 미국인 감독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가 제작했다.

주로 국제 문제를 비판적 시각으로 카메라에 담아온 그는 2016년 우크라이나의 자유화 투쟁을 주제로 한 '윈터 온 파이어'로 아카데미와 에미상 후보에 올랐고, 2018년에는 시리아 내전의 비극을 다룬 '시리아의 비가: 들리지 않는 노래'로 에미상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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