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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보험사기 목적 구급차 길 막고 환자 숨졌는데 2년형 적정?

송고시간2020-10-2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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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사고로 이송지연후 환자 사망…1심서 징역 2년 '솜방망이' 논란

檢, 보험사기·업무방해·특수폭행만 기소…"환자사망 관련 혐의 수사중"

공소사실만으로도 최대 15년형 가능했지만 법원은 '처벌불원' 이유 선처

구급차 방해 택시기사 1심 선고 (CG)
구급차 방해 택시기사 1심 선고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구급차와 고의로 접촉사고를 내 응급환자 이송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에게 1심 법원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해 논란이 인다. 무엇보다 이송이 지연된 환자가 끝내 사망한 사실을 감안할 때 '솜방망이 처벌'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는 구급차의 운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모(31)씨의 1심 판결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를 상대로 고의로 접촉사고를 낸 행위는 엄벌에 처해야 하지만, 최씨가 보험사 등과 합의한 점을 감안해 징역 2년이 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보험사기 사고로 사람이 죽었는데 고작 징역 2년이라니 화가 난다"라거나 "약한 처벌 때문에 불법이 계속된다. 검찰은 반드시 형량이 적다고 항소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징역 2년, 아쉬움 드러낸 유족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징역 2년, 아쉬움 드러낸 유족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구급차를 막아 세워 이송 중이던 응급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택시기사 최모씨의 1심 선고 재판이 열린 21일 오후 송파구 서울동부지법 앞에서 환자의 유족과 변호인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는 이날 특수폭행과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사기,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공갈미수 등 6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최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20.10.21 mon@yna.co.kr

◇ '환자사망' 고려없이 형 선고…검찰 기소내용에 未포함

최씨가 구급차 운행을 방해한 탓에 폐암 4기인 환자가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할 기회를 놓쳐 상태가 악화돼 숨졌다는 것이 환자 유족 측 주장이다. 최씨의 방해 행위와 환자 사망간 인과관계 유무는 추가로 밝혀져야할 대목이지만 방해가 없었더라면 환자가 숨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현 단계에서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최씨는 구급차와 일부러 사고를 낸 뒤 "사고 처리부터 해라.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약 11분 동안 구급차 앞을 막아섰던 것으로도 확인된다. 자신의 행위가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최씨가 낸 고의사고가 환자 사망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이고, 피고인 최씨가 자신의 행위로 초래될 수 있는 환자 피해를 의식했다고 볼 정황이 존재하는데도 징역 2년을 선고한 법원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판이 타당한지 객관적으로 따지려면 우선 검찰과 법원이 법 적용을 어떻게 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은 '환자의 사망이 기소 내용에 포함되지 않아 양형 사유로 삼을 수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 최씨의 범죄와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기재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그것을 참작해 형량을 선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최씨를 기소하면서 고의로 사고를 내 구급차의 운행을 방해하고(업무방해) 구급차 펜더(흙받기)를 훼손한 혐의(특수폭행), 보험사에 허위로 교통사고를 접수한 혐의(보험사기)만을 적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환자 사망에 대한 최씨의 형사책임을 묻는 살인 내지 특수폭행치사 등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검찰 "환자 사망 관련 혐의 추가 수사중"

다만 검찰은 환자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을 밝히는 작업이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추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최씨에게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보험사기, 즉 고의로 접촉사고를 낸 혐의에 대한 것으로 환자 사망과 관련된 기소 내용은 없었다"며 "유가족이 추가로 고발한 환자 사망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선 현재 (추가로)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급차 막은 택시 사고 현장 모습
구급차 막은 택시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적시된 공소사실만으로도 최대 징역 15년 선고 가능했는데 피해자 '처벌불원'에 형 감경

그렇다면 공소장에 환자 사망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원이 이번에 선고한 형량이 적절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최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법에 정해진 처벌 범위인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것은 보험사기죄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업무방해와 특수폭행죄는 최대 법정형이 징역 5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최씨의 실제 형량은 보험사기죄의 법정형을 중심으로 정해지는데, '여러 범죄 혐의가 한꺼번에 기소된 경우엔 가장 중한 범죄의 법정형 상한을 2분의 1 가중한다'는 형법 38조에 근거해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보험사기 피해자인 보험사와 업무방해 및 특수폭행 피해자인 구급차 운전자가 최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최씨가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징역 2년을 결정했다.

법원이 선고할 수 있었던 최대 형량인 징역 15년과 비교하면, 최씨에게 선고된 징역 2년은 분명 가벼워 보인다.

게다가 최씨는 2017년 7월 이번 사건과 똑같은 방식으로 구급차와 고의사고를 낸 뒤 구급차 운전자를 협박해 현금 50만원을 갈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전력이 있다는 점도 형량에 반영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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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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