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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겨우 첫발 뗀 공수처…여야 합의로 꼭 처장 후보내야

송고시간2020-10-2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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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법 통과 이후 100일 남짓 개점휴업 상태였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명실상부한 출범을 향해 어렵사리 첫발을 내디뎠다. 이런 이유와 저런 핑계로 공수처장 후보추천 위원 내정을 미루어 오던 국민의힘이 마침내 야당 몫 위원 2명을 선정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26일까지 명단을 내라고 최후통첩성 압박을 가한 데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 위원 명단 제출을 끝까지 보이콧했을 때 국민의힘은 자칫 회복 불능의 정치적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컸다. 민주당이 절대 과반의석의 힘으로 공수처법을 개정해 야당 몫 추천위원 2명마저 모두 국회 몫으로 돌려놓게 되면 국민의힘은 추천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다. 그래서 일단 여당의 주도권에 제동을 걸고, 제2차 저지선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적 일보 후퇴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권 내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긍정 평가와 "무한정 시간끌기 2단계"라는 회의론이 교차하는 이유다.

국민의힘이 내정한 추천위원은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 임정혁 변호사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이헌 변호사인 것으로 알려진다. 공안통인 임 변호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검의 최종 후보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이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다가 '조사 방해' 논란 속에 사퇴한 전력이 있다. 이력에서 보듯 이들은 모두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정이 절대로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한다. 성향도 성향이려니와 추천위원회의 의사결정이 7명 가운데 6명의 동의를 전제하고 있는 것은 일의 진전을 가로막는 구조적 허들이다. 이번에 내정된 국민의힘 위원 2명이 공수처장 후보를 끝까지 반대하면 어떤 후보자도 이 관문을 통과할 수 없다. 이는 다수당의 힘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정치적' 추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는 하다. 하지만, 실제 운용상에서는 정파적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의사결정 시스템의 작동을 아예 멈춰버리게 하는 과도한 잠금장치이기도 하다. 결국 국민의힘이 초읽기에 몰려 추천위원 2명을 내정한 것은 바로 이 비토권이라는 '믿는 구석'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제 희망의 싹이 돋아나긴 했으나,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 탓에 공수처의 실질적 출범은 여전히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여당 내에서는 국민의 힘이 비토권 카드를 활용해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때까지 출범을 막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국민의 힘이 선거에 승리한다면 공수처 출범을 더욱 천연 시킬 가능성은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간신히 공수처 출범의 입구에는 들어섰는데 출구까지는 암전 상태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박병석 국회의장마저 현시점에선 비토권 삭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는 등 공수처법 개정에 대한 국회 내 체감공기가 아직은 차가운 편이다.

결국 이제는 '양보와 타협의 시간'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공수처가 살아있는 권력의 부패와 비리를 눈감아 줄 옥상옥 기구가 될 것이라는 국민의힘의 원초적 의심을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적 중립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흔들림 없이 실천할 수 있는 믿음직한 인물을 민주당이 책임감을 갖고 찾아내서 야당을 설득하고,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비토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최적 후보의 천거가 관건인 것이다. 물론 공수처 자체에 대한 인식의 출발점이 워낙 달라서 녹록지 않은 일이긴 하다. 그러나 해묵은 과제였던 공수처법을 천신만고 끝에 여기까지 끌고 온 여당의 전에 없는 의지와 소명 의식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수처 출범이라는 먼 길을 가기 위해선 야당과 함께 가야 한다. 첫발을 뗐으니 절반은 온 것이며, 공수처 출범의 결승선까지 나머지 절반은 꼭 여야가 이인삼각으로 완주하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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