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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현 상속세 최고세율(50%), 이승만·박정희때보다 낮다?

송고시간2020-10-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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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발언, 수치만 놓고 보면 사실…이승만 재임기 최고 90%·박정희 75%

전문가들 "과거와 경제규모·상황 달라"…'세율 단순 비교는 무리' 지적

상속·증여세 (CG)
상속·증여세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면서 상속세 최고세율에 관심이 쏠린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을 초과하는 증여액에 대해 최고세율 50%가 적용되고, 고인이 최대 주주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라면 주식평가액에 20% 할증이 부과된다.

세무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주식 평가액의 60%, 부동산 등 나머지 재산의 50%를 상속세로 내게 되면서 상속세액이 총 10조원을 넘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세율 50%는 지나치게 높다. 상속세가 없는 나라도 있는데 외국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 의욕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냐'는 견해와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하며 막대한 부를 쌓은 만큼 당연히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견이 병존한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지금보다 더 높았다'며,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과거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70%가 넘었다"며 "'박정희 시대 때는 오히려 상속세가 더 낮았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지만) 안 그렇다. 이승만 대통령 때는 더 높았다"고 말했다.

고 이건희 회장 빈소 찾은 박용진
고 이건희 회장 빈소 찾은 박용진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6일 오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10.26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상속세 최고세율, 이승만 대통령 당시 최고 90%·박정희 75%

결론부터 말하면 이승만(1948∼1960년 재임), 박정희(1963∼1979년 재임) 대통령 재임 시절 상속세 최고세율이 현행 50%보다 더 높았다는 박 의원의 발언은 사실이다.

2006년 발간된 '국세청 40년사'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강점기인 1934년 만들어진 조선상속세령을 시행해 오다가, 1950년 3월 22일 상속세법을 제정·공포해 우리가 직접 만든 상속세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당시 법은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 상속재산 전부에 대해, 국외 거주자일 경우 국내 소재 재산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도록 했다. 기초공제 등을 적용한 뒤 그 규모에 따라 15단계로 구간을 나눠, '최저 20%-최고 90%'인 초과누진세율(각 과세표준 구간에서 정한 기초세액을 제하고 초과금액에 대해서만 누진세율을 곱해서 세액을 정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최대 90%에 이르던 상속세 세율은 박정희 대통령 취임 이후 1970년대 중반 한 차례 상승 조정을 제외하면 대체로 낮아지는 추세였으며, 공제 제도도 점차 늘어났다.

1967년 5∼70%로 조정됐다가, 1974년 다시 10∼75%로 높아졌으나 1979년 다시 7∼67%로 낮아졌다.

이 사이 신고납부세액 공제(1967년), 농지상속 공제(1978년) 등의 제도가 신설됐고, 1979년에는 배우자 공제액이 인상됐다.

즉, 이승만 대통령 당시 최대 90%에 달한 상속세 최고세율은 박정희 대통령 때 70% 대 안팎으로 낮아졌다. 어쨌거나 두 대통령 재임 기간 상속세 최고세율은 현행 최고세율 50%를 훌쩍 웃돌았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처음 50%대로 진입한 것은 1988년(55%)이며, 1993년에는 현재와 같은 50%로 낮아졌다.

이후 금융실명제 실시로 상속세 실효성이 높아졌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1996년 45%로 더 인하됐으나, 3년 뒤 고액자산가에 대한 과세 강화 차원에서 다시 50%로 올라갔다. 이때 최고세율 과세구간도 기존의 '5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초과'로 조정됐다. 당시 정해진 최고세율과 과세구간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 "경제규모·상황 과거와 달라…단순 숫자만 비교하는 건 무리"

다만 전문가들은 과거 상속세 최고세율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당시 경제 규모나 국가적 과제가 현재와 달랐던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무학입문' '조세판례백선' 등을 저술한 김두형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방 후에는 대부분 일제강점기 때 축재한 사람들의 자손이 (상속세) 과세 대상자였을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이유로 고세율 체계를 폈을 것으로 보이고, 박정희 대통령 때는 고성장으로 재정수요가 많았고 국방비 예산도 많이 증가할 때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재정학회장인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치만 놓고 비교한다고 하면 과거에는 소득세율도 60∼70%에 이르는 등 현재보다 높았는데 많이 낮아졌다"며 "과거와 숫자로만 비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과거 세율은 소득세가 제대로 걷히지 않던 시절이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세무학회장인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당시 상속세를 내는 사람도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이승만 대통령 때는 '원' 대신 '환'이 쓰이는 등 상황이 달라서 현재와 세율을 비교하는 게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래픽]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보유 주식 규모
[그래픽]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보유 주식 규모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한 후 재산을 물려받을 이재용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내야 할 세금은 얼마나 될까.
이건희 회장의 자산이 천문학적인 규모인 만큼 상속세도 천문학적 규모가 예상된다.
kmto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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