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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요] "노예 계약 아닌가요"…절박한 취준생 등치는 기업들

송고시간2020-10-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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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Du_qO6W_KLA

(서울=연합뉴스) 한 구인·구직 플랫폼에 올라온 구인 공고.

언뜻 보기엔 평범한 공고 같은데…

연봉란에 '청년내일채움공제'가 포함돼 있다?

청년들의 중소·중견기업 신규 취업을 촉진,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년내일채움공제.

중소·중견기업에서 수년간 근속 시 개인 적립금과 기업,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2년형은 1천600만 원, 3년형은 3천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어 청년들이 목돈을 마련하기에 좋은 제도죠.

그런데 일부 기업이 청년내일채움공제 만기 공제액을 연봉에 포함해 일종의 '연봉 뻥튀기'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가령 급여란에 연봉 3천500만 원에 '청년내일채움공제 포함'이란 내용이 있다면 2년간 사업주가 취업자에게 실제 지급하는 금액은 5천400만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1천600만 원은 정부가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지급하는 돈입니다.

입사 후에야 실제 사업주가 지급한 임금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쳤음을 깨닫는 청년들.

하지만 마음대로 퇴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자진 퇴사'로 중단할 경우 재가입이 어렵기 때문이죠.

이 점을 악용해 사원을 마치 노예처럼 부리는 악덕 기업들도 존재하는데요.

악덕 기업을 신고하는 일에도 어려움이 따릅니다.

사업주를 신고하는 경우도 중도 해지로 처리돼 결국 피해는 청년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 번 신청하면 기간을 채울 때까진 버텨야 하는데요.

결국 4명 중 1명 꼴의 청년들이 만기 공제액을 포기하고 중도 퇴사를 결정합니다.

올해 8월까지 공제 해지율은 30.2%로, 이미 작년 한 해 총 해지 건수를 넘어선 상황.

악습이 계속될 경우 제도 자체의 실효성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박점규 운영위원은 "채용 공고를 반드시 캡처해 놓고, 전화로 채용공고의 내용을 확인하고 녹음해 놓으라"고 강조했는데요.

또 "정부가 인력을 투입해서 정부지원금을 받는 모든 기업들에 대한 전수조사와 그걸 받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 제도가 얼마나 악용되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한 번이라도 이런 잘못을 저지른 기업에 대해선 일자리 안정기금, 고용유지 지원금 등 어떤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해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제도.

어느샌가 속임수의 수단, 혹은 족쇄가 되고 있는데요.

취준생의 간절함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기업들.

더 이상 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적절한 제재가 필요해 보입니다.

전승엽 기자 강지원 인턴기자 주다빈

[이래도 되나요] "노예 계약 아닌가요"…절박한 취준생 등치는 기업들 - 2

kir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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