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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원에도 고민되는 WTO선거…정부 "향후 절차 검토 중"(종합)

송고시간2020-10-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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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나이지리아 반대로 결과 불투명…유명희 끝까지 버티나

역전 쉽지 않고 국제사회 비난 부담도 있어…일각선 "승복해야" 의견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020년 10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제네바 주재 각국 대사들을 초청해 개최한 리셉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020년 10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제네바 주재 각국 대사들을 초청해 개최한 리셉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김동현 윤보람 기자 = 세계무역기구(WTO)가 선호도 조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추천하면서 정부가 향후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역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WTO의 추천을 수용하거나 미국이 한국을 지지하는 만큼 더 버티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WTO 일반이사회 의장으로부터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에 큰 차이로 앞섰다는 통보를 받고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28일(현지시간) 전체 회원국을 소집한 회의에서 오콘조이웨알라가 후보가 선호도 조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며 그를 사무총장으로 추천했다.

WTO는 전체 회원국의 컨센서스(의견일치)를 도출해 11월 9일 개최되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사무총장을 승인할 계획이다.

정부에 놓인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선호도 조사 결과에 승복하거나 9일까지 상황을 보는 것이다.

사무총장 선출에는 모든 회원국이 동의해야 하는데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해온 미국이 공개적으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28일 전체 회원국 회의에서 유일하게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반대했으며,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미국은 WTO의 다음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이 선출되는 것을 지지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미국 지원에도 고민되는 WTO선거…정부 "향후 절차 검토 중"(종합) - 2

WTO 수장 선거 최종결선에 오른 유명희·오콘조이웨알라
WTO 수장 선거 최종결선에 오른 유명희·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전 재무·외무장관이 2020년 7월 15∼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각각 출마 기자회견을 할 당시의 모습.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 강력하게 버틸 경우 유럽연합(EU)이나 중국이 대안으로 유 본부장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EU와 중국은 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에 표를 던졌지만, 한국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외교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나이지리아나 다른 국가가 유 본부장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나이지리아도 한국도 당선이 안 되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서 WTO 수장이 없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정부의 고민은 그에 대한 비난이 한국에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를 지지했던 유럽 국가 언론에서는 이미 '미국이 WTO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미국의 지지만으로는 사무총장이 될 수 없고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감을 느끼는 회원국들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유 본부장의 당선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정부 내에는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기류가 감지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특별이사회 등 공식 절차가 남았다"며 "앞으로 남은 절차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관계 부처가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와 산업부는 정부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고, 우리 정부는 회원국들의 입장과 기대,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를 존중하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날 오전 마르타 모건 캐나다 외교차관과 통화에서 WTO 사무총장 선출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하는 등 정부는 회원국 입장을 살피고 있다.

유 본부장이 수건을 던지더라도 미국이 나이지리아에 대한 반대를 굽히지 않으면 사무총장 선출이 정부 의사와 무관하게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어떤 목적으로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지는 정부 당국자들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WTO를 미국 의도대로 개혁하는 데 나이지리아보다 한국 사무총장이 더 협조적일 것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USTR은 지지 성명에서 유 본부장의 통상 전문가로서 능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WTO는 중대한 개혁이 매우 필요하다. 현장에서 직접 해본 경험이 있는 누군가가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WTO가 제시한 일정은 11월 9일이지만, 당장 11월 3일 미국 대선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지금 한국을 지지하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WTO 회원국들이 차기 미국 정부의 입장을 보기 위해 바이든 취임 이후로 사무총장 선출을 미룰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어떤 입장을 정하든 그동안 유 본부장을 지원해준 미국과 충분한 협의를 하고 양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gogo213@yna.co.kr

bluekey@yna.co.kr

bryoon@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QV7Cd2qv9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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