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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피아니스트의 등장…임윤찬의 상상력 넘치는 연주

송고시간2020-10-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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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금호아트홀 피아노 리사이틀 리뷰

임윤찬 연주 장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임윤찬 연주 장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놀라운 피아니스트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는 마치 마르지 않는 음악의 샘물을 길어내듯 환상적이고 변화무쌍한 음악을 계속해서 퍼 올렸다. 어떤 곡에서나 그다음 음이 어떻게 연주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잘 알려진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도, 앙코르로 연주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고 처음 듣는 곡처럼 참신하게 들렸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음악을 들려준 이가 16세의 피아니스트라는 것이다.

'임윤찬'이라는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는 16세의 나이에 76세의 연륜을 지닌 사람처럼 연주한다. 아니, 그는 이미 사후세계마저 경험한 듯 연주한다.

리스트의 '순례의 해' 제2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테를 읽고'에서 임윤찬은 마치 지옥을 본 사람처럼 피아노 건반으로 지옥 불을 일으켰다. 페트라르카의 소네트를 바탕으로 한 리스트의 곡들은 또 어떤가!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사랑의 열병을 앓아본 사람처럼 애틋한 사랑을 담아 피아노로 노래했다.

지난 29일 금호아트홀 연세의 무대에 선 임윤찬은 특히 그 자신의 개성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작품들을 연주해 청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마도 이번 음악회에 제목을 붙인다면 '환상곡'이나 '판타지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공연 전반부에는 베토벤이 '환상곡 풍으로'라는 부제를 붙인 피아노 소나타 13번과 14번이 연주됐고. 후반부에는 환상곡 풍의 다채로운 표정이 담긴 리스트의 '순례의 해' 2년 '이탈리아'가 연주됐다. 모두 형식이 자유롭고 풍부한 악상을 지닌 작품이며 연주자가 좀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곡들이다.

임윤찬은 공연 전반부에 베토벤의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곧바로 음악에 몰입해 완전한 자유를 누리며 거침없이 연주했다.

보통은 '월광'이라는 부제가 붙은 피아노 소나타 14번이 워낙 유명해 이 곡에 앞선 13번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편인데, 임윤찬은 피아노 소나타 13번과 14번이 사실상 '환상곡 풍으로' 작곡된 하나의 세트라는 점을 부각하듯 거의 휴지부 없이 단숨에 두 소나타를 연주해냈다.

처음에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3번의 경우 4악장 구성의 작품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모든 악장을 쉼 없이 연주하면서도 주요 모티브를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그의 연주 덕분에 소나타 13번 전체가 하나의 통일감 있는 구조를 갖춘 음악으로 명쾌하게 다가왔다.

그는 소나타 13번의 4악장을 강렬하게 마무리하자마자 청중에게 손뼉 칠 틈도 주지 않고는 곧바로 피아노소나타 14번 '월광'의 유명한 1악장으로 돌입했고 그 순간 공연장에는 은은한 달빛이 비쳐오는 듯했다.

오른손으로 2분의 2박자의 박절이 느껴지지 않는 무한한 달빛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가운데 주제 선율을 분명하게 각인시키며 우리를 달빛이 흐르는 환상의 세계로 초대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2악장을 거쳐 기교적인 3악장에서 빠르게 질주했고 연주가 끝나자마자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공연 후반부에 연주된 리스트의 '순례의 해' 제2년 '이탈리아'의 연주는 더욱더 놀라웠다. 임윤찬은 순례의 해 제2년의 부록으로 작곡된 후반의 3곡을 제외한 전 7곡을 연주했는데, 곡의 성격에 따라 그의 연주도 달라졌다.

미술과 관련된 첫 3곡은 마치 눈앞에 그림이 펼쳐지듯 묘사적이었고, 페트라르카의 시를 바탕으로 한 3곡에서 그의 피아노는 노래했으며, 단테의 '신곡'에 영감을 받은 '단테를 읽고'에선 무시무시한 지옥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흔히 리스트의 피아노곡은 기교적이기만 한 작품으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임윤찬의 상상력 넘치는 연주 덕분에 리스트의 음악이 얼마나 풍부한 표정과 서정성을 담고 있는지 새삼 감탄하게 됐다.

아마도 베토벤과 리스트가 임윤찬의 피아노 연주를 들었더라면 매우 기뻐했을 것이다.

임윤찬 연주 장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임윤찬 연주 장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erena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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