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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인데 배가 없어 수출 못해"…한진해운 파산 여파?

송고시간2020-11-0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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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부족·운임급등에 수출기업 '비명'…정부 지원에도 해결 난망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국내 수출기업들이 선박 부족과 해상 운임 급등 '이중고'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에 정부와 해운업계가 지원에 나섰지만 4년 전 한진해운 파산의 부작용이 이제야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컨테이너 가득 쌓여있는 부두
컨테이너 가득 쌓여있는 부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운임급등·선박부족에 정부까지 나섰지만 역부족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1529.99를 기록하며 1주일 전 대비 60.96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0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금요일마다 새 지수를 발표하는 SCFI는 최근 3개월간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매주 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 수출 기업은 운임 급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물건을 보낼 컨테이너선을 아예 확보하지 못해 수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처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한 젊은 스타트업 대표가 '요즘 배가 없어 수출을 못 한다. 주문은 밀려오는데 납기에 못 맞추면 위약금을 내야 하는데 큰일 났다'고 하더라"면서 "배를 구한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데 당장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이에 중기부와 해양수산부, 한국선주협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은 국적 해운선사가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선적공간을 우선 제공하는 내용의 협약을 지난달 29일 체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은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에서 남은 선적공간에 채우고 미국 등으로 향하는 해외 선사의 컨테이너선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해 3~4배나 높은 운임을 부르는데 배보다 배꼽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배가 없어 수출을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HMM, 대미 수출기업 위해 부산~LA에 선박 2척 추가 투입
HMM, 대미 수출기업 위해 부산~LA에 선박 2척 추가 투입

[HM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HMM 역량 총동원했지만…"매달 임시선박 투입 검토"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인 HMM도 3개월 연속 북미 서안 항로(부산~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컨테이너선 총 4척을 임시 투입하며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HMM의 임시 선박 투입에는 고충이 따른다.

현재 HMM의 유휴 선박 비율은 0%로, 회사는 예정됐던 정기 서비스를 취소하고 배를 끌어오고 있다.

HMM은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에 가입 중이라 항행 일정을 조정하려면 다른 회원사와 협의도 필요하다.

아울러 정기 서비스 선박은 목적지 도착 후 선적량의 50~60%를 화물로 채워 돌아오지만, 긴급 투입된 임시선박은 빈 채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 손실도 발생한다.

하지만 HMM은 현 상황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매달 임시선박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이달에도 임시선박 1척 이상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HMM 관계자는 "배뿐만 아니라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면서 "하지만 국적선사의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테이너에 붙은 한진해운 로고 제거
컨테이너에 붙은 한진해운 로고 제거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아쉬운 한진해운 파산…"수출 지렛대 하나를 없앴다"

이에 2017년 2월 한진해운 파산 결정이 현재 해운 물류 대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파산 직전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101척, 벌크선 44척 등 총 145척을 갖춘 국내 1위, 세계 7위의 선사였다.

한진해운 파산 후 우리나라 국적 선사의 컨테이너 선복량(적재능력)은 106만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에서 51만TEU로 절반 넘게 줄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해운 서비스 수출 부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는 "한국 운송 서비스 수출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4.7%에서 2019년 2.6%로 하락하고, 순위도 5위에서 11위로 밀렸다"면서 "한진해운 사태 이후 선복량과 노선 점유율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파산 전 한진해운은 세계시장의 3%를 차지했는데 현재 HMM은 2.6% 정도"라며 "산업은행이 근시안적 태도로 너무 쉽게 구조조정을 결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도 "2016년부터 예상됐던 일"이라면서 "당시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이 가진 네트워크와 해외에서 구축한 신뢰 관계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미친 짓'이라며 파산 결정을 극구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해운뿐만 아니라 수출·수입과 관련한 중요한 지렛대 하나를 없애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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