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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살리려고 낳았대요" 출생의 비밀 알게 된다면?[뉴스피처]

송고시간2020-11-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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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zibJQ-AC7sM

(서울=연합뉴스) 최근 인도에서는 난치병에서 회복한 한 아이의 사연이 화제입니다.

아픈 아이가 나은 것은 기쁜 일이지만, 7세 소년 아비지트 솔랑키가 병을 이겨냈다는 소식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그 이유는 아비지트가 여동생 카브야의 골수를 받아 건강을 되찾았기 때문입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2018년 태어난 카브야는 아비지트의 치료를 위해 태어난 인도의 첫 '구세주 아기'입니다.

구세주 아기는 아픈 형제자매에게 장기나 세포, 골수 등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아기를 뜻합니다.

이미 태어난 아이의 치료에 적합하면서 건강한 유전자를 고르는 과정을 통해 태어나기 때문에 디자이너 아기 혹은 맞춤 아기라고 불리기도 하죠.

아비지트는 중증 지중해빈혈이란 유전 질환으로 헤모글로빈 수치가 매우 낮았고, 수십차례 수혈을 받았는데요.

아비지트 부모인 솔랑키 씨 부부는 아이를 치료할 방법으로 골수이식을 고려했지만, 부부와 아비지트의 누나인 첫째 딸 등 가족 누구의 골수도 아비지트와 맞지 않았습니다.

계속 방법을 찾던 솔랑키 부부는 2017년 구세주 아기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됐고, 착상 전 유전진단을 거쳐 카브야를 임신했죠.

착상 전 유전진단은 자궁 내 이식 전의 배아를 대상으로 유전 질환을 진단하는 기술입니다. 유전 질환 가능성이 있는 부모가 유전자나 염색체 이상이 없는 배아를 선별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죠.

솔랑키 부부 의뢰를 받은 불임 전문가는 아비지트 치료에 적합한 배아를 만드는데 6개월 이상이 걸렸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카브야를 낳은 솔랑키 부부는 약 16개월에서 18개월을 기다렸습니다.

카브야가 오빠에게 골수를 주려면 체중이 약 10㎏에서 12㎏ 정도 나가도록 성장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골수이식 후 카브야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다소 떨어지고, 골수를 채취한 부위의 국소 통증이 있었지만 회복됐습니다.

솔랑키 부부는 이제 아비지트가 건강해졌다며 '다른 두 아이보다 카브야를 더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소식은 '아이를 특정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것이 옳은가' 하는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또한 구세주 아이를 만드는 과정이 '완벽한 자녀'를 '구매'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왔는데요.

인간 유전자 편집 윤리 전문가인 존 에번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구세주 아기의 출산 동기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에번스 교수는 "아픈 아이에게 꼭 맞는 유전적 존재를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닌가"라며 "만약 그렇다면 동의 없이 아기를 위험에 빠트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카브야 말고도 이미 세상에 몇 명의 구세주 아기가 있으며 이들의 탄생은 늘 생명 윤리 논란을 불러옵니다.

세계 첫 구세주 아기로 알려진 미국인 애덤 내시는 20년 전, 당시 6세였던 누나의 유전질환 치료를 위해 태어났습니다.

또한 10년 전인 2010년에도 누나의 희귀 유전병을 고치기 위해 영국에서 처음 구세주 아기가 태어나 논쟁이 일었죠.

구세주 아기를 낳은 부모들은 그것이 최후의 수단이었다며 섣부른 비난을 거둬달라고 호소합니다.

또한 원래 아이를 더 낳을 예정이었으며, 구세주 아기로 태어난 아이를 사랑한다고 강조합니다.

다른 형제자매를 치료해주기 위한 구세주 아기의 탄생, 윤리적 관점에서 옳은 일인지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은정 기자 김지원 작가 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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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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