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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아들 살해 혐의 76세 노모 무죄…제삼자 범행 가능성(종합)

송고시간2020-11-0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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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규 기자
손현규기자

재판부 "범죄 동기 설명 부족…피고인 허위 진술했을 수 있어"

아들 살해한 노모 재판(CG)
아들 살해한 노모 재판(CG)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술을 자주 마시는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50대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노모가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다른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로 범행을 자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표극창 부장판사)는 3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76·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살인 범행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그의 자백과 딸 B씨의 진술 뿐"이라며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자백했더라도 법원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경우에만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삼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살해 경위 등을 보면 범행 동기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며 "제삼자가 사건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피고인이 (다른) 가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가로 40㎝, 세로 75㎝ 크기의 수건으로 고령인 피고인이 키 173.5㎝에 몸무게 102㎏인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반항하지 못할 정도의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의 여동생인) B씨는 사건 발생 전날 밤에 귀가해 오빠와 다퉜는데 말싸움을 시작한 이후 상황을 논리적으로 진술하지 못했다"며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오빠가 양심이 있다면 죽고 싶어 가만히 있지 않았을까'라고 한 말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전 (남매가) 말다툼한 상황은 피해자에게만 책임 돌릴 수 없는 것이었다"며 "어머니가 피해자를 살해할 정도의 동기가 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5분 만에 경찰이 출동했을 때 A씨의 집이 말끔하게 정돈된 상황과 관련해서도 "피고인이 청소를 할 정신적인 여유나 필요성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112 신고 후 가만히 있었다는 피고인의 진술도 진실성에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의 자백이 허위라고 볼 명백한 증거도 없지만, 자신이 겪은 일을 그대로 진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기관은 자백과 모순되는 증거가 없는 데 만족할 게 아니라 국민적 의혹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누군가가 피고인에게 범행을 뒤집어씌웠을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은 76세 노모가 체중이 100㎏을 넘는 건장한 아들을 살해하는 게 가능한지 재판부가 의문을 품으면서 관심을 끌었다.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장면을 재연하도록 한 재판장은 가로 40㎝, 세로 75㎝ 크기의 수건을 목에 감을 경우 노끈에 비해 두껍다며 직접 실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이날 A씨의 무죄 이유를 설명하기 전 "선고가 오래 걸릴 수 있으니 피곤하면 (의자에) 앉아도 된다"며 피고인을 배려했고, 실제로 선고 공판은 30분 넘게 진행됐다.

피고인석에 앉은 A씨는 재판장이 무죄 이유를 설명하는 동안 계속 고개를 숙인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으며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A씨의 딸 B씨는 울음을 터뜨렸다.

A씨는 올해 4월 20일 0시 56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들 C(51)씨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린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C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당일 오전 숨졌다.

A씨는 범행 직후 "아들의 목을 졸랐다"고 112에 직접 신고했으며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C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으나 A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달 20일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아들이 술만 마시면 제정신일 때가 거의 없었다"며 "희망도 없고 진짜로 너무 불쌍해서 범행했다"고 울먹였다.

A씨의 딸 B씨는 사건 발생 전날 오후 9시 넘어 귀가해 C씨와 다툰 뒤 다음 날 0시 넘어 자녀를 데리고 경기 수원으로 갔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바 있다.

영상 기사 "술만 마신다" 아들 살해한 노모 중형 구형
"술만 마신다" 아들 살해한 노모 중형 구형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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