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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된 현실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녀…영화 '걸후드'

송고시간2020-11-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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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걸후드'
영화 '걸후드'

[헤이데이필름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영화 '걸후드'는 이 시대의 여성 영화인으로 손꼽히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성장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여성의 정체성과 욕망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작품에 담아온 시아마 감독은 올해 초 개봉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국내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인기를 끌면서 성장 3부작인 '톰보이'(2011), '워터 릴리스'(2007)가 올해 차례로 선보였고, '걸후드'(2014)가 오는 12일 개봉한다.

앞선 두 작품이 자신과 다른 그룹에 속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걸후드'는 소녀들의 유대감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영화 '걸후드'
영화 '걸후드'

[헤이데이필름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주인공 '마리엠'은 파리 외곽에 사는 16세 소녀다. 홀로 생계를 이끄는 엄마를 대신해 두 동생을 보살피고,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오빠의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굳게 다문 입에 어딘가 의기소침해 보이는 마리엠은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의사조차 선생님의 "안돼"라는 단호한 답변에 묵살당한다.

그런 마리엠에게 변화가 시작된 것은 세 친구를 만나면서다. 레이디, 아디아투, 필리. 이들은 옷을 훔치고, 다른 무리와 싸움을 벌이는 비행 청소년들이지만, 누구보다 자유롭고 당당하다.

마리엠은 이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오빠에게 걸려온 휴대폰 벨소리에 사색이 된 마리엠에게 친구 레이디는 "네가 원하는 걸 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되뇌는 마리엠의 눈빛에는 생기가 돈다.

영화 '걸후드'
영화 '걸후드'

[헤이데이필름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들의 연대감은 리한나의 '다이아몬드' 노래가 흐르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짙은 파란 조명 아래 '우린 하늘에서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다워'라는 가사를 따라 부르며 춤추는 소녀들의 모습은 자유롭고 감각적이다.

이후 마리엠은 자신을 존중하고, 원하는 것을 쟁취할 줄 아는 여성으로 성장해간다. 오빠의 속박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구하고, 가슴을 압박붕대로 감은 차림새 등도 이를 상징한다.

특히 청혼하는 남자친구에게 "너의 사랑스러운 아내가 되어주고, 너의 애를 낳아주는 그런 인생은 싫다"고 답하는 마리엠은 더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던 소녀가 아니란 점을 시사한다.

영화 '걸후드'
영화 '걸후드'

[헤이데이필름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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