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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문화예술사업 개점 휴업…위기의 제주 '가파도 프로젝트'

송고시간2020-11-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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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간 운영 중단·스튜디오는 보리 새싹 가공시설로 용도 변경

'부실 공사' 의혹 전시동에선 전시 한 차례도 열린 적 없어

(가파도=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인구 220여명이 사는 조그만 섬에 혈세 148억원을 투입한 '제주 가파도 아름다운 섬 만들기' 프로젝트(이하 가파도 프로젝트)의 핵심인 문화예술사업 관리와 운영에 난맥상이 드러났다.

제주 가파도 전경
제주 가파도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게스트하우스, 레스토랑, 터미널 카페 등 수익사업을 위탁받은 가파도마을협동조합의 이익 독과점과 비민주적 운영이 지탄받고 있는 것도 모자라 문화예술 관련 대표 사업들이 모두 중단 또는 표류하는 모양새다.

가파도 프로젝트의 문화예술 분야 핵심 시설은 크게 문화예술창작공간인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ir), 스튜디오, 전시동 등 3곳이다. 현재 핵심 시설 3곳 모두 운영을 멈춘 상태다.

보수공사 중인 가파도 문화예술창작공간의 모습
보수공사 중인 가파도 문화예술창작공간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화예술창작공간은 가파리 12번지 4천701㎡ 대지에 연면적 963.21㎡의 건물로 2018년 2월 준공됐다. 작가 5명이 각자의 공간에서 단기간 거주하며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초 설계의 의도다.

준공 첫해인 2018년엔 10명의 작가가 입주해 창작활동을 했고, 2회의 입주 작가 전시회가 열렸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지역사회 문화 기여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2019년엔 11명의 작가가 입주해 창작활동을 했고, 3회의 지역사회 문화 기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작가 입주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부실 공사로 인한 심각한 누수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제주도는 올해 4월 '공사 중 출입금지' 안내판을 내걸고 재공사에 들어가 최근에야 공사를 마무리했다.

가파도 문화예술창작공간 '출입금지' 안내문
가파도 문화예술창작공간 '출입금지' 안내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도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입주 작가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어 그간 미뤄온 공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문화예술창작공간 운영을 다시 언제 재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2017년부터 10억6천900만원이 투입돼 시작된 스튜디오와 전시동 건축 공사는 올해 5월에야 끝났다.

스튜디오와 함께 자리한 전시동에 대한 공사는 초기부터 주민들로부터 많은 문제 제기를 받았다. 건물의 터가 100여년 이상 된 공동묘지 바로 옆이었기 때문이다. 외진 곳에 있는 데다 다소 경사가 있어 많은 비가 내릴 경우 시신의 유실과 침수 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해당 부지의 지목이 '묘'가 아니었기 때문에 제주도는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다. 그 결과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전시동 내부로 유입되는 사태가 여러 차례 벌어졌다. 제주도는 결국 물길을 돌리는 추가 공사까지 해야 했다.

스튜디오는 문화예술창작공간과 연계해 작가들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기획됐었지만 지난해 돌연 설계가 변경됐다. 가파도마을협동조합이 새싹보리 가공시설과 무인카페를 스튜디오에 설치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새싹보리 가공시설 설치가 거의 끝난 상태다. 운영을 맡기로 했던 가파도마을협동조합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이 사업도 진행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핵심 문화예술사업 개점 휴업…위기의 제주 '가파도 프로젝트' - 4

전시동은 현재 대형 유리창을 통해 외부를 조망하는 용도로만 쓰이고, 한 차례도 전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파도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에도 전시동과 스튜디오에 대한 소개는 전혀 없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에 따라 이들 문화시설 운영을 2018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현대카드에 위탁했다. 이후 제주도는 시설 운영계획을 변경해 전시동과 스튜디오에 대한 현대카드 위탁을 철회했다.

현대카드는 시설에 대한 관리와 운영 전반, 입주작가 선발 및 지원, 전시 공간 기획·운영, 홍보 등의 업무를 위탁받았다. 전시 기획 매니저와 큐레이터 각 1명씩을 배치하기로 했다. 현재는 현대카드 측의 인력이 가파도에 상주하고 있진 않다.

위탁비로 총 5억200만원이 투입됐지만, 현재까지 처음 바라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가파도 찾는 관광객
가파도 찾는 관광객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수년간 가파도의 문화예술창작 진흥을 매개로 한 가파도 재생 프로젝트는 국내외의 호평을 받아왔다.

가파도 프로젝트가 폐가나 빈 건물 등을 리모델링해 매력 넘치는 관광 인프라로 만들고, 문화와 예술을 접목해 낙후한 섬의 이미지를 개선한 것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수십만의 관광객이 섬을 찾은 것도 인정할 만한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7년이 흐른 지금 프로젝트의 핵심인 문화예술 관련 사업이 멈추어 선데다, 시설물에 대한 관리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힘을 바탕으로 사람이 떠나가던 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당초의 가파도 프로젝트 취지가 행정당국의 불법 인허가, 가파도마을협동조합의 수익사업 독과점과 비민주적인 운영, 여기에 더해 사실상의 문화예술 사업 중단으로 인해 3중의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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