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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탁의 탁견] '바이든 플랜' 잘 작동할까

송고시간2020-11-1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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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탁의 탁견] '바이든 플랜' 잘 작동할까 - 1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미국 대선 직전 고위 당국자와 만나 누가 승리할 것이냐, 정부는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트럼프 재선이든, 바이든 승리든 대응책이 충분하게 마련돼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대선은 바이든 승리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큰 외교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방일이고, 또 하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방미입니다.

정보기관의 수장이 갑자기 일본을 방문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박 원장의 방일 행보가 언론에 노출된 걸 보고 아주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면담하고 난 뒤인 10일 오후 언론 앞에 선 박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간곡한 안부와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서 "우리측 의견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립니다. 그래서인지 2000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연상케 하는 '문재인-스가 선언'을 제안했다는 얘기도 외교가에 나돕니다.

강경화 장관도 워싱턴을 찾았습니다. 9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난 뒤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양국 간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강 장관은 이어 바이든 당선인과 가까운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 등을 면담했습니다. 쿤스 상원의원은 차기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입니다.

바이든측 만난 강경화 귀국
바이든측 만난 강경화 귀국

(영종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후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11.12 seephoto@yna.co.kr

두 사람의 행보가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만, 미국 대선을 계기로 이 정부가 마련했던 '바이든 플랜'이 가동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년 혹은 8년마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곤 하는 세계 최강 미국의 변화에 대처하는 일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바이든 플랜'의 기본 골격은 어떤 내용일까요. 우선 주목되는 것이 한일 관계 쪽입니다.

민주당 출신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면 동맹국들과의 관계 회복을 통한 미국의 리더십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 민주당이 지목하는 핵심 동맹국은 일본과 한국입니다. 그리고 견제하는 국가는 당연히 '패권 도전국' 중국입니다.

오죽하면 지난주 제주 포럼에 화상 참가한 옌쉐통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향후 외교정책과 관련해 "중국을 겨냥한 다자 압박은 안 된다"고 강조했겠습니까.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엮어 중국을 압박하려 할 것을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일 관계가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를 막고 주요 현안을 해결하는데 주력했던 것을 기억할 겁니다.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 2016년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서명 등은 미국의 역할이 컸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다시금 금이 간 한일관계의 복원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니까 박지원 원장의 '공개적인' 일본 방문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가 강하다고 봐야 합니다. 살짝 비틀어서 말하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이 이렇게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강조하려는 행보로 읽힙니다.

박지원 귀국 답변
박지원 귀국 답변

(영종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박지원 국정원장이 11일 오후 일본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1.11 seephoto@yna.co.kr

한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한일 문제에 있어 '투-트랙 전략'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좀처럼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과거사 문제는 장기 과제로 일단 이관하고, 단기간에 할 수 있는 문제들, 예를 들어 수출규제조치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해결, 지소미아 정상화 등을 신속히 해결해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자는 겁니다.

이런 움직임은 내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과도 긴밀히 연계돼있어 보입니다.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을 계기로 뭔가 해빙 무드를 조성해보자는 구상입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6월의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등 숨 가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이어졌음을 잘 기억할 겁니다.

그런 감격의 이벤트를 도쿄에서 다시 연출하고 싶은 욕구가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꿈틀대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특히 일본은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한국에 선수를 뺏기지 않으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립니다. 태평양과 현해탄을 건넌 미국과 북한 정상의 회동을 올림픽 무대에서 연출하겠다는 야심 찬 그림을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최소한 북한의 올림픽 선수단과 함께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도쿄에 들어올 경우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일 관계의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은 가능하다고 일본은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2018년,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던 한국 대신 이번에는 일본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고, 스가 총리도 '아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총리 연임은 따 놓은 당상일 것입니다.

여기서 꼭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북핵 문제, 혹은 미국의 대북정책의 어떤 흐름일 것인가입니다. 과연 트럼프 시절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연출됐던 '탑 다운' 방식의 북핵 협상이 바이든 시대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과거 부통령이었던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다시 등장할까요.

제주 포럼에서 만났던 미국과 중국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상회담에 앞서 실무자간 협상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이른바 '바텀 업' 방식의 대북 협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의 핵심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이 '비핵화 로드맵'을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곧 출범할 바이든 미국 정부 당국자들과 머리를 맞댈 북핵 협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 내용이 벌써 궁금해집니다. 한국이 그린 그림이 얼마나 향후에 반영될지도 관심사입니다.

서울과 도쿄에서 '바이든 플랜'을 만들고 실천하느라 바쁜 요즈음입니다. 이런 일은 지금 베이징에서도, 평양에서도,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을 겁니다. 바야흐로 지구촌은 바이든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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