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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답 알려주는 게임이라더니 거액 홀랑…리딩사기 피해 속출 [OK!제보]

송고시간2020-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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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경기도에 사는 주부 김도은(가명·40대)씨 등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강다현 인턴기자 = 최근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유도한 뒤 돈을 갈취해가는 '리딩(leading)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리딩 사기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과 달리 신속하게 계좌를 동결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돈을 잃는 피해자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금테크·홀짝게임·사다리타기…사기 형태 다양

경기도에 사는 주부 김도은씨는 최근 모르는 이로부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링크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호기심에 링크를 클릭해 채팅방에 들어가니 금 시세를 이용한 '금 테크' 투자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 나열돼 있었다.

링크 관리자에게 투자 방법을 문의하자 최초 예치금 300만원을 지정된 계좌에 넣으면 최대 10배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관리자는 "책임지고 수익을 내주겠다. 금 시세 변동에 관한 고급 정보를 알고 있다. 결괏값을 미리 알고 거래에 들어가기 때문에 답안지를 보며 시험을 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김씨를 안심시켰다.

김씨가 돈을 입금한 뒤 30분이 지나자 관리자는 투자금이 3천500만원으로 불었다면서도 순수익(3천200만원)의 30%에 해당하는 960만원을 투자 수수료로 입금해야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김씨는 미심쩍었지만 수익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수수료까지 입금한 뒤 곧바로 금거래소 홈페이지 내 고객센터에서 수익금 3천500만원 환급을 신청했다.

저금리시대 "고수익 보장" 사기수법 진화(CG)
저금리시대 "고수익 보장" 사기수법 진화(CG)

[연합뉴스TV 제공]

그러나 고객센터는 "적은 돈으로 10배 이상의 수익이 발생했으므로 입금 거래내역 조성이 필요하다"며 "추가로 500만원을 입금해야 한다"고 통지했다.

당황한 김씨는 해당 사실을 관리자에게 알리고 추가로 500만원을 마련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관리자는 자신이 150만원 정도는 구해보겠다고 꼬드기며 추가 입금을 유도했다. 이런 방식으로 김씨는 모두 1천900만원가량을 잃었다.

김씨는 지난 26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경찰 신고 후 사기 계좌 동결 영장을 기다리고 있지만 피해 금액을 회수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지갑 사정이 나빠져 목돈을 구하고 싶은 마음에 이용당한 것 같아 분하다"고 하소연했다.

추가 입금 유도하는 거래소 고객센터
추가 입금 유도하는 거래소 고객센터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사기 용도 계좌 입증에 시간 걸려…계좌 동결 난항

리딩사기는 금 테크를 비롯해 사다리 타기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피해자를 유인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주부 이혜민(가명·30대)씨도 지난달 27일 리딩사기의 한 형태인 '홀짝게임'에 참여했다가 거금 8천600만원을 잃었다.

이씨는 "사기범이 링크를 보내주면서 게임 답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겠다고 했다"며 "문제마다 걸린 투자금액을 입금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거금을 '홀라당' 날렸다"고 하소연했다.

리딩사기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과는 달리 계좌 동결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수사에 앞서 리딩에 사용된 계좌가 사기 목적으로 사용됐는지에 대한 입증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딩사기 사건을 전담하는 한 경찰관은 "보이스피싱 같은 금융사기는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등 범죄 혐의가 명확하기 때문에 빠른 계좌 동결이 가능하지만, 리딩사기는 해당 계좌가 사기 용도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고 은행으로부터 수사 협조를 받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 경찰관은 "은행의 협조를 받고 계좌를 동결하더라도 이미 사기범이 피해자의 투자금을 다른 계좌로 옮겨놓고 달아난 경우가 다반사"라며 "(피해자들이) 원금을 회수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재테크나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흐름에 따라 투자 사기에 당하는 피해자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며 "모르는 번호로 투자 링크가 오면 필히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리딩 투자 안내 문자와 홍보 링크
리딩 투자 안내 문자와 홍보 링크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kdekgus1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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