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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일본해 아닌 번호표기' 국제합의…'동해' 되찾기 노력 배가해야

송고시간2020-11-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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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각국이 바다 이름을 표기할 때 기준으로 삼는 국제수로기구(IHO)의 표준 해도집에 '동해', '일본해'와 같은 명칭 대신 번호를 표기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IHO가 16일 화상으로 개최한 'S-23의 미래에 대한 비공식 협의 결과 보고' 총회 토의에서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의 개정판인 'S-130'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개정판의 핵심은 지도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명칭 대신 고유 식별번호로 표기한다는 내용이다. S-23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기 위해 기존에 나온 출판물로서만 공개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게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내달 1일께 총회 결과가 최종 발표되는 데 이어 향후 S-130 표준이 상용화되면 디지털지도에서는 '일본해'가 사라지고 고유 식별번호가 들어서는데, 다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미 제작된 출판물에서는 '일본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일본 측이 아날로그 방식 표기에 더 무게를 두며 일본해 단독 표기의 유지를 강조한 이유다. 한국과 일본이 중시하는 부분이 다르더라도, 이번 합의로 '일본해' 단독 표기를 막고 '동해'를 병기하려는 노력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IHO가 이번에 도출한 변화에 따라, 기존 표준 해도집을 근거로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해온 일본의 논리가 힘을 잃게 됐다. 바다 이름 표기를 놓고 펼쳐진 한일 외교전이 전환점을 맞은 셈이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일제강점기 때인 1929년 초판이 나온 S-23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고, 일본은 이를 근거로 일본해로 써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우리 정부는 1997년부터 '동해' 병기를 주장해 왔으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다가 2017년 4월 IHO 총회를 계기로 북한, 일본과 관련 비공식 협의를 시작했다. 그간 접점이 좀처럼 찾아지지 않았는데 IHO가 번호 표기 방식을 제안하며 절충점이 마련된 것이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직접 발언을 하지는 않았으나 비공식 협의 당시 IHO 사무총장 보고서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고 한다. 이번 합의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동해 표기 확산을 더 가속하는 주요 계기가 된 만큼 정부 당국의 지속적인 분발이 요구된다.

2012년의 경우 전 세계 지도의 동해 병기는 2.8% 수준이었으나 올해 기준으로는 41%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적지 않은 성과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역사적 사실로 보나 문헌 기록으로 보나 일본해 단독 표기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하고 있을 때 일방적으로 행사한 외교력을 앞세운 끝에 강탈한 것일 뿐이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IHO의 새 방식이 도입된다고 해도 일본해 단독 표기가 우세한 현실이 금세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종이로 제작한 해도에 '일본해' 표기가 남게 된다며 자국의 주장이 관철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단독 표기 주장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한일 간 바다 명칭을 둘러싼 외교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난제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동해'를 되찾기 위한 외교 노력을 배가해야 할 때다. 북한과의 공조를 통한 외교력 강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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